(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안팎에서 봉쇄 중인 상황이 장기화하자 한때 안정되는 듯 하던 국제 곡물가격이 또다시 들썩이는 모습이다.
5일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5월 인도분 대두 선물 가격은 이달 1일 종가 기준으로 부셸(약 28.123㎏)당 1,187.75센트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과의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만 해도 부셸당 1,150센트 전후에 거래되던 대두 선물은 3월 12일에는 장중 1,223.25센트까지 올라 보름만에 6% 넘게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지난달 8일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한 뒤로는 1,160∼1,170센트선 근방을 오갔지만, 시장의 기대처럼 빠른 종전이 이뤄지지 못한 채 양측의 신경전이 격화하자 지난주부터 다시 상승세를 재개한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다른 주요 곡물도 마찬가지다.
CBOT에서 5월 인도분 소맥 선물은 지난 1일 부셸당 624.5센트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전쟁 전보다 10% 이상 오른 가격이다.
4월 한때 부셸당 567.5센트까지 내렸지만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협상이 불발되고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자 최근들어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5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도 1일 종가 기준 부셸당 468.25센트로 전쟁이 한창이던 3월 23일 기록한 올해 최고치(473.75센트)에 바짝 다가섰다.
이처럼 국제 곡물가격이 강세를 이어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핵심 비료 원료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중동은 질소와 요소 등 핵심 비료 원료의 주 생산지이며, 이번 전쟁 전까지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운송되는 비료 원료의 약 3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요소와 암모니아, 칼륨, 유황 등의 가격이 큰 폭으로 치솟고 그나마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까닭에 중동산 비료 의존도가 높았던 국가들은 식량안보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예컨대 전체 노동인구의 거의 절반(46%)이 농업에 종사하는 인도의 경우 비료 부족으로 흉작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비료를 대거 수입하고 농민들이 싼 값에 비료를 살 수 있도록 자국내 비료기업들에 보상금을 제공하는 등 대책을 강구 중이다.
세계 최대 황산 수출국인 중국은 자국 황산 생산업체들에 이달부터 수출을 중단하라고 지난달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사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인산질 비료 생산에 필수 원료인 황 가격이 치솟자 식량안보를 명분 삼아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식량위기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제 곡물가격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시간으로 4일 오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들이 해협을 빠져나오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 프리덤'을 개시한다고 밝혔으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군이 이들 상선을 호위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미군이 해협에 진입하거나 접근하면 공격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전날에는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에서 북쪽으로 약 145km 떨어진 해상에서 유조선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피격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런 까닭에 국제유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창한 발표에도 불구, 오히려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시간 4일 오후 5시 55분 기준으로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33% 오른 배럴당 103.30달러에 거래됐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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