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임나래 기자] 부모님께 호텔급 서비스를 선물하려던 4050 자녀들의 ‘효도 로망’이 현실 벽에 부딪히고 있다. 부모님의 노후 거처를 찾기 위해 실버타운 임장에 나선 자녀들 사이에서는 월 수백만원을 상회하는 비용에 “돈 없으면 효도도 못 한다”는 한탄이 터져 나온다.
건설사들의 고급화 경쟁으로 민간 시장은 비대해졌고, 정부의 공공 실버타운마저 국민연금 수령액을 넘어섰다. 이에 서울시가 시니어 주택 공급 촉진 계획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중산층을 위한 실질적인 ‘제3의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빠른 공급과 실효성이 관건이다.
◇“보증금 10억, 월 500만원”…문턱 높은 ‘골드타운’에 좌절
5월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함께 실버타운을 둘러보는 이른바 ‘실버타운 투어’에 나서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요양시설 이미지가 강했던 실버타운이 전문 서비스를 갖춘 ‘액티브 시니어 레지던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 관리가 지속적으로 제공돼 보호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현장에서 마주한 비용은 기대를 좌절시킨다. 수도권 실버타운을 임장한 김모씨(55)는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만족스러웠지만 가격을 듣고 현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가 혼자 지내시다 보니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않으시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하셔 실버타운을 알아봤는데 시설이 좋은 곳은 보증금이 10억원에 월 이용료도 500만원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용을 낮추면 시설이 많이 안좋아져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며 “부모님을 생각하면 좋은 곳을 모시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실버타운 고급화 경쟁…공공시설 마저 연금만으론 역부족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시니어 하우징 시장에 뛰어들면서 상품 경쟁은 한층 고급화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호텔급 서비스’를 앞세운 고가 전략으로, 중산층 은퇴자가 거주할 수 있는 적정 가격대 선택지는 오히려 줄고 있다.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공공형 실버 스테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공사비 상승과 운영비 부담이 맞물려 임대료가 중산층 가계 소득 수준을 넘었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입주가 어려운 셈이다.
LH토지주택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30곳의 실버타운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73%를 차지하는 임대형 시설 가운데 가장 저렴한 저가형조차 입주보증금 약 1억6000만원에 월 생활비는 100만원을 웃돌았다. 반면 지난해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은 약 67만원에 그쳐, 주거비와 생활비를 함께 감당하기에는 부족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시니어타운은 단순 주거를 넘어 식사, 건강관리, 커뮤니티, 의료 연계 서비스까지 포함되는 구조”라며 “대형 병원과 협업하는 경우도 많아 운영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수요도 꾸준한 편”이라고 말했다.
◇‘공공 서울형 시니어주택’…속도·실효성이 관건
공공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7일, 2035년까지 시니어주택 1만2000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급 촉진 계획’을 발표했다. 2040년까지 8000가구를 짓는 기존 계획을 5년 앞당기고 물량도 대폭 늘렸다. 폭증하는 시니어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민간 사업자의 참여를 위해 폐교 부지 활용 시 건폐율·용적률을 완화하는 조례 개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특히 토지 매입비 최대 100억원 융자, 건설자금 이자 최대 240억원 지원 등 금융 혜택과 기부채납 인정 범위도 넓혔다. 입주자들에게는 최대 6000만원까지 보증금 무이자 지원 혜택을 제공해 문턱을 낮춘다.
이번 대책이 하이엔드와 빈곤층 시설로 양극화된 시니어 주거 시장에서 중산층을 위한 ‘제3의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 ‘속도’와 ‘실효성’이 관건이다. 화려한 청사진에도, 치솟는 공사비와 운영 인건비는 여전히 공공형 모델의 확산을 가로막는 변수기 때문이다.
실버타운 상담실을 돌며 ‘불효자’가 된 기분으로 발걸음을 돌렸던 수많은 자녀들에게 서울시의 이번 약속이 실제 ‘안심 주거’라는 결과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정책의 정밀한 집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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