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코스피가 사상 처음 6,900선을 넘어서며 ‘7천피(코스피 7,000)’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3조원 넘게 사들이며 지수를 5% 이상 끌어올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8.12포인트(5.12%) 급등한 6,936.99에 마감했다. 장중 처음으로 6,8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6,900선까지 단숨에 넘어섰고, 7,000선까지는 불과 63.01포인트만 남겨두게 됐다. 장 시작도 강했다. 지수는 2.79% 오른 6,782.93에 출발한 뒤 잠시 숨 고르기를 거쳐 장 내내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이날 급등장은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가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3조184억원, 기관은 1조9,353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역대 두 번째로 크다. 1위는 지난해 10월 2일 기록한 3조1,265억원이다. 반대로 개인은 4조7,904억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매수세는 전기·전자 업종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 업종에서만 3조9,783억원을 순매수했다. 종목별로 외국인 순매수 1위는 SK하이닉스(1조7,759억원), 2위는 삼성전자(1조2,052억원), 3위는 삼성전자우(1,629억원)였다. 기관 역시 삼성전자(9,915억원)와 SK하이닉스(9,175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수급에 힘입어 ‘삼전·닉스’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5.44% 오른 23만2,500원에, SK하이닉스는 12.52% 급등한 144만7,000원에 장을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직전 최고가(132만8,000원·4월 28일)를 크게 경신하며 이른바 ‘140만 닉스’에 올라섰고, 삼성전자도 올해 장중 최고가(23만원·4월 30일)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 지수도 21.39포인트(1.79%) 오른 1,213.74에 마감하며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 2차전지, 바이오 등 주요 성장주 전반이 반등세를 보이며 지수를 떠받쳤다.
지수 랠리 속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몸값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그룹 상장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077조2,000억원으로 처음 4,000조원을 넘어섰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과 SK그룹 상장사 시총이 각각 1,771조5,000억원, 1,277조원으로 합계 3,000조원을 웃돌았다. 이어 현대자동차(295조6,000억원), LG(218조6,000억원), HD현대(202조6,000억원), 한화(177조8,000억원), 포스코(85조6,000억원), 롯데(22조5,000억원), GS(17조5,000억원), 신세계(8조1,000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랠리의 배경에는 글로벌 기술주 강세와 반도체·인공지능(AI) 투자 기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절(5월 1일)로 국내 증시가 휴장한 사이 뉴욕 증시는 기술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30일 1.62% 오른 뒤 이달 1일 0.31% 하락했지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2거래일 동안 각각 2.26%, 0.87%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알파벳,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잇따라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AI 인프라 관련 투자 기대가 커진 점도 국내 반도체주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반도체와 AI 인프라 관련주가 ‘멜트업(melt-up·예상 못한 수준의 가격 급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그 효과가 국내 시장에 한꺼번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6,800선을 넘어섰다. 반도체 등 AI 밸류체인 멜트업에 사상 최고가 랠리가 진행 중”이라며 “4월 초 순매수, 4월 말 순매도 흐름을 보이던 외국인도 5월 첫 거래일인 오늘 현·선물 순매수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닥 역시 4월 수출 호조에 2차전지·바이오 등 전 업종이 반등하며 지수를 견인했다”고 덧붙였다.
밸류에이션(가치평가) 측면에서도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모멘텀 강화, 밸류에이션 저평가 매력이 동시에 부각되며 코스피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면서 “국내 증시가 재차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4월 30일 기준 7.12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 구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수 상승에도 밸류에이션 부담은 제한적이며, 이익 전망 상향을 감안할 때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충분하다”며 “특히 AI 데이터센터향 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전력기기 중심의 실적 모멘텀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동 정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된 점도 투자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주 후반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사태 해결을 위한 외교·정책 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중동 전쟁 재격화 우려가 다소 진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제3국 선박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해방 프로젝트’ 개시를 선언했다. 다만 미군이 직접 선박을 호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프로젝트의 실제 영향력과 함께 증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제유가도 급등세를 멈추고 진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98% 급락한 배럴당 101.94달러에 마감했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장중 배럴당 102.36달러로 전장 대비 0.44%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유가 변동성이 줄어들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와 함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가 ‘7천피’에 바짝 다가선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지수의 추가 상단과 속도 조절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AI 랠리가 얼마나 지속될지, 외국인 매수세가 추세적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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