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일이나 파티가 끝난 뒤 냉장고 한구석으로 밀려난 케이크는 금세 '처치 곤란' 신세가 된다. 큰맘 먹고 다시 꺼내 보지만, 이미 빵 시트는 수분이 빠져 푸석해졌고 생크림은 냉장고 속 김치 냄새를 머금어 묘한 맛이 나기 일쑤다. 아까운 마음에 억지로 한 입 먹어봐도 처음의 그 감동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층층이 쌓인 크림의 부드러움과 빵의 촉촉함을 끝까지 지켜낼 방법은 없을까.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냉장고에 '넣는 방식' 하나만 바꿔도 며칠 뒤에 꺼낸 케이크를 갓 산 것처럼 즐길 수 있다.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빈틈없이 막고 세균 번식을 차단해 케이크의 수명을 늘려주는 '거꾸로 보관법'의 한 끗 차이 비법을 알아보자.
먹기 전 '칼'부터 들어야 하는 이유
케이크를 오래 두고 먹을 생각이라면 먹는 방식부터 살펴야 한다. 흔히 포크로 여러 번 퍼먹다가 남은 것을 그대로 냉장고에 넣지만, 이는 상하는 속도를 높이는 지름길이다. 입안의 침이 섞인 도구가 케이크에 직접 닿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빠르게 늘어나 음식을 변질시키기 쉬운 상태로 만든다. 당장 달콤한 맛을 즐기고 싶더라도 나중에 먹을 분량을 고려하는 지혜가 뒤따라야 한다.
나중에 먹을 양을 미리 정해 깨끗한 칼로 한 조각씩 덜어내는 습관이 중요하다. 공기 접촉을 줄이기 위해 남은 덩어리는 최대한 단면이 매끄럽게 잘라 보관하는 것이 위생적이다. 단면이 울퉁불퉁하면 공기와 닿는 면적이 넓어져 빵이 더 빨리 마르기 때문이다. 작은 배려가 케이크의 신선함을 결정짓는 첫 번째 단계다.
종류마다 다른 유통기한… 생크림은 '3일'이 마지노선
케이크는 들어간 재료에 따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이 제각각이다. 우유와 유제품이 주성분인 생크림 케이크는 변질 속도가 가장 빠르다. 냉장실에 넣었더라도 3일 안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크림 속 수분이 분리되어 빵이 축축해지거나, 반대로 크림 표면이 갈라지며 식감이 나빠진다. 만약 크림이 힘없이 흐물거리거나 물처럼 변하는 현상이 보이면 아까워하지 말고 즉시 버려야 한다.
반면 유지방 함량이 높은 치즈케이크나 초콜릿 케이크는 상대적으로 보관 기간이 길다. 치즈케이크는 냉장 상태에서 5~7일까지 신선함이 유지되며, 초콜릿이나 버터크림 케이크 역시 5일 정도는 즐겁게 맛볼 수 있다. 이는 버터나 치즈 자체의 보존력이 생크림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다만 더 오랜 시간 두고 먹고 싶다면 처음부터 냉장실이 아닌 냉동실을 택하는 편이 낫다.
거꾸로 닫는 '밀폐 용기'… 수분과 냄새 잡는 비결
많은 이들이 케이크를 종이 상자째 냉장고에 넣는다. 하지만 종이 상자는 냉장고 내부의 건조한 공기를 막아주지 못해 빵을 퍽퍽하게 만든다. 게다가 냉장고 속 반찬 냄새가 빵 사이사이로 스며들어 본래의 향을 망치기 십상이다. 케이크를 꺼냈을 때 미세하게 마늘이나 김치 향이 난다면 이미 보관에 실패한 셈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밀폐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때 용기를 똑바로 세워 넣으면 나중에 케이크를 꺼낼 때 모양이 망가지기 쉽다. 밀폐 용기 뚜껑 위에 케이크를 올린 뒤, 그릇 몸체를 뚜껑처럼 덮어 보관하면 꺼낼 때 손가락이 케이크에 닿지 않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조각난 케이크 겉면을 랩으로 한 번 더 감싸주면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이중으로 막아주어 다음 날 먹어도 갓 산 것 같은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해동은 '냉장실'에서 천천히… 식감 살리는 온도 관리
냉동 보관한 케이크는 2~3주까지 보관할 수 있지만, 다시 꺼내 먹을 때의 과정이 맛을 좌우한다. 급한 마음에 상온에 내놓거나 전자레인지로 해동하면 급격한 온도 차이로 인해 빵에서 수분이 줄줄 새어 나오고 세균이 번식할 위험이 크다. 얼어있던 수분이 갑자기 녹으며 시트가 눅눅해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먹기 몇 시간 전 냉장실로 옮겨 천천히 녹이는 것이 부드러운 식감을 되찾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3~5도 사이의 온도는 빵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크림의 형태를 단단하게 고정해 준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냉동 전의 맛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아온다. 한 번 해동한 케이크는 다시 얼리면 맛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즉시 먹는 것이 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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