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규정이 뭐길래"... 쿠팡 퇴직금 미지급 공방 본격화...첫 재판·민사 판결로 번진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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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규정이 뭐길래"... 쿠팡 퇴직금 미지급 공방 본격화...첫 재판·민사 판결로 번진 파장

원픽뉴스 2026-05-04 08:36:1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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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의혹이 2026년 들어 형사 재판과 민사 판결, 특검 수사 결과로 연이어 이어지며 사회적 쟁점으로 다시 부상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전·현직 대표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데 이어, 법원은 별도 민사소송에서 전직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며 퇴직금 지급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출발점은 2023년 CFS가 일용직 근로자 취업규칙을 바꾸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수사기관 판단입니다. 특검과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정종철 현 대표와 엄성환 전 대표, 그리고 법인은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규정을 손질해 일용직 노동자 40명에게 지급돼야 할 퇴직금 1억2천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른바 ‘리셋 규정’입니다. 근무 기간 중 하루라도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이하인 날이 포함되면 퇴직금 산정 기간을 그 시점부터 다시 계산하도록 한 조항으로, 장기간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라도 계속근로가 끊긴 것처럼 처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가 4월 6일 진행한 첫 공판에서 쿠팡 측은 무죄 취지의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고용노동청이 그간 퇴직금 미지급과 관련해 일관되게 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을 해왔다는 점을 강조했고, 연락이 닿은 근로자 21명 가운데 15명에 대해서는 퇴직금 지급 등 일부 보상 조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재판부는 실제 지급이 완료된 근로자들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 확인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쿠팡 측은 기소된 근로기간과 금액 산정 일부가 사실과 다를 수 있다며 관련 근로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형사 재판의 쟁점은 결국 일용직의 계속근로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 그리고 취업규칙 변경이 정당했는지에 모이고 있습니다.

사건은 단순히 한 차례 공판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안권섭 상설특검팀은 90일 수사 종료와 함께 3월 초 CFS 전·현직 대표 2명과 법인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이 사건을 과거 불기소 처분한 검사들까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특검은 쿠팡이 2023년 일용직 취업규칙을 바꿔 퇴직금 지급 대상을 사실상 배제했고, 규칙 시행 전부터도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근로자 의견 청취와 고용노동부 유권해석 과정이 충분했는지도 문제 삼으면서, 사건의 성격을 단순 노사 분쟁이 아닌 제도 악용과 수사 외압 의혹이 얽힌 사안으로 넓혀 봤습니다.

이 사안을 둘러싼 배경에는 실제 현장의 체불 신고 증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TV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의 임금체불 신고 건수는 2020년 이후 연 40~60건 수준에 머물다가 리셋 규정이 도입된 2023년 128건으로 급증했고, 이후 최근 2년은 연속으로 160건을 넘었습니다. 쿠팡 로지스틱스서비스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체불 신고가 가파르게 늘었으며,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쿠팡 3개 계열사를 상대로 접수된 임금체불 신고는 모두 91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운데 302건에서 권리구제를 통해 3억2천700여만원이 지급됐지만, 나머지 상당수는 위반 없음 또는 법 적용 제외 등의 사유로 실제 지급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숫자만 놓고 봐도 이번 퇴직금 논란이 개별 사례를 넘어 구조적 문제 제기로 이어지는 이유를 보여줍니다.

노동당국의 대응 과정 역시 논란의 한 축입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특검은 쿠팡 취업규칙 변경을 심사한 고용노동부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노동부가 외부 법무법인 여러 곳으로부터 리셋 조항이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의 자문을 받고도, 당시 수사를 진행하던 노동부 부천지청에 해당 결과를 전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앞서 노동부 부천지청은 변경된 취업규칙에 효력이 없고, 이를 근거로 한 퇴직금 미지급은 위법하다고 봤지만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바 있습니다. 이 대목은 단순한 법리 다툼을 넘어 행정 판단과 사법 처리 과정 전반의 신뢰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법원 판단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인천지법은 4월 3일 전직 CFS 일용직 근로자가 제기한 미지급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해당 근로자를 상용근로자로 인정해 CFS가 퇴직금 202만8천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원고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부천 지역 센터에서 일했지만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는데, 민사 재판부가 계속근로성을 사실상 인정한 셈입니다. 형사 사건의 결론과 직접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지만, 첫 공판을 앞두고 나온 이 판결은 법원이 현장 근무 형태를 보다 실질적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는 이유는 퇴직금 지급 여부가 근로 형태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근무의 연속성에 달려 있다는 법 원칙과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사건을 처음 수사해 송치했던 김도현 근로감독관은 일용직이든 상용직이든, 아르바이트든 비정규직이든 계속근로가 인정되면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루짜리 계약을 반복 체결하며 그 사이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방식이 허용되면 연차수당과 주휴수당, 퇴직금까지 광범위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습니다. 쿠팡 사건이 특정 기업의 노무 이슈를 넘어 플랫폼·물류 산업 전반의 고용 관행을 점검하는 시험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쿠팡은 최근 몇 년간 전국 물류망 확장과 로켓배송 투자 확대를 앞세워 유통업계의 중심 기업으로 자리 잡아 왔습니다. 다만 사업 규모가 빠르게 커진 만큼 물류 현장의 근로조건, 인력 운영 방식, 일용직과 계약직을 오가는 고용 구조에 대한 사회적 감시도 동시에 커졌습니다. 이번 퇴직금 논란은 기업의 성장 서사와 노동권 보호가 충돌할 때 어떤 기준이 우선해야 하는지를 묻는 사례로 남고 있습니다. 특히 대규모 물류센터 운영 기업들이 유사한 근무 편성과 계약 구조를 활용해 온 현실을 고려하면, 이번 재판의 판단은 쿠팡 한 곳에만 머물지 않고 업계 전반의 인사·노무 기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형사 재판에서 법원이 리셋 규정의 효력과 일용직의 계속근로성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이미 일부 지급이 이뤄졌다는 쿠팡 측 주장과 특검의 공소사실 사이에 어떤 사실관계가 정리될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에 민사 판결이 추가로 이어질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권리구제 움직임도 더 확대될 수 있습니다. 한 차례 제도 변경을 둘러싼 공방으로 보였던 사건이 이제는 법원, 특검, 노동당국, 현장 노동자 모두를 무대로 삼은 사회 현안으로 옮겨간 만큼, 다음 재판 결과와 후속 판단에 업계와 노동계의 시선이 함께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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