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행보가 극명하게 갈리며 대규모 수급 주체 교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중동 리스크에 '셀 코리아'를 외쳤던 외국인이 다시 돌아온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국내외 주식을 동시에 정리하며 관망세에 돌입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ETF·ETN·ELW 제외) 1조2319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 3월 중동 사태 여파로 안전 자산 이동 흐름 속에 43조505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외국인의 귀환을 이끈 것은 반도체 섹터를 포함한 대형주였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1조6117억원)를 비롯해 두산에너빌리티(1조1594억원), SK하이닉스(9161억원), 현대로템(6099억원), 삼성SDI(5567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진정되자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형 우량주를 다시 포트폴리오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15조5228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역대급 숨고르기에 나섰다. 3월 외국인의 '셀 코리아' 물량을 받아냈던 개인들은 지난달 삼성전자 한 종목에서만 8조5007억원을 순매도했다. 종목별로는 두산에너빌리티(1조6040억원), 삼성SDI(1조3125억원), 현대로템(9372억원), POSCO홀딩스(6505억원), 한미반도체(5649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1월 4024억원을 순매도하던 개인들은 2월(4조351억원)과 3월(33조5690억원) 두 달간 코스피 시장에서만 37조원 넘는 주식을 쓸어 담으며 강력한 매수세를 보인 바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에 따른 유가 상승 부담과 매파적이었던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익 모멘텀 강화와 낮은 밸류에이션 매력은 중기적인 관점에서 외국인의 한국 증시 매수 유인을 지속시키는 핵심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피가 전고점을 돌파할 당시 상승을 주도했던 업종은 새로운 고점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주도주 역할을 지속했다"며 "현재 AI 중심의 인프라 투자 관련주가 시장을 이끌고 있는 만큼 다음 분기 영업이익률 상승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주도주 중심의 비중 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서학개미(미국 주식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관망으로 돌아섰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주식 결제 대금은 매수(237억4460만 달러)보다 매도(242억1353만 달러)가 앞지르면서 약 4억6893만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올해 1~3월까지 매수 우위를 이어오던 서학개미의 흐름이 꺾인 모습으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주식 비중을 줄이려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트럼프발 리스크로 인한 변동장세와 고유가 상황에 지쳐, 반등 구간을 이용해 대거 현금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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