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영민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미국의 항만 봉쇄 해제를 먼저 처리한 뒤 핵협상에 들어가자고 제안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리를 두면서 중동발 에너지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제안에 불만을 표하면서 “잘못 행동하면 공격이 재개될 수 있다”고 경고해 협상 재개와 통항 정상화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란 “통항 먼저”…미국은 핵 통제 우선
로이터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 해제를 먼저 처리한 뒤 우라늄 농축 제한과 제재 완화를 논의하자는 협상안을 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재공격 방지 보장, 이란의 평화적 농축권 인정 요구도 포함됐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과 항만 봉쇄 해제가 풀려야 핵협상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미국은 순서를 달리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확실한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 제안에 포함된 평화적 농축권 인정 요구도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잘못 행동하면 공격이 재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공격 경고에 전쟁권한법 논란 확산
트럼프 대통령의 재공격 경고는 미국 내부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행정부가 의회에는 이란과의 적대행위가 종료됐다는 입장을 전달한 반면,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군사 옵션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1일 의회 지도부에 보낸 서한에서 지난달 7일 휴전 이후 직접 교전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이란과 적대행위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의회 승인 없이 군사행동을 이어갈 수 있는 시한이 다가온 데 따른 조치다.
전쟁권한법상 의회 승인 없는 군사행동을 원칙적으로 60일로 제한하며, 이후에는 군사행동 종료나 의회 승인, 철수를 위한 30일 연장 절차가 필요하다. 시한은 지난 1일 도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권한법이 위헌이라는 기존 입장도 되풀이했다. 동시에 이란이 “잘못 행동하면 공격이 재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행정부가 의회에는 적대행위 종료 논리를 제시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군사 압박을 유지한 셈이다.
민주당은 휴전이 전쟁권한법상 시한을 중단시키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미군 함정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봉쇄하는 상황도 적대행위가 끝나지 않았다는 근거로 들었다.
◇통항 불확실성에 유가·운임 동반 부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1일 종가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108.17달러, WTI는 101.94달러를 기록했다. 이란의 협상 제안에 장중 상승폭은 일부 줄었지만, 호르무즈 통항 차질 우려가 남아 가격 부담은 계속되고 있다.
원유 생산이 정상적으로 이뤄져도 선박이 제때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급 불안은 해소되기 어렵다. 선박 대기, 우회 운항, 해상 보험료 상승이 겹치면 정유사와 해운사의 비용 부담도 커진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아시아로 이동하는 핵심 통로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에너지 수입국에는 통항 상황이 도입 단가와 재고 운용 부담으로 연결된다. 해협 개방이 선언되더라도 통항 제한이나 군사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으면 시장 안정은 늦어질 수 있다.
◇원가 압박, 산업 전반으로 확산
호르무즈 통항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비용 압박도 커지고 있다. 원유와 LNG 도입 단가가 오르면 정제·석유화학 원가가 함께 움직이고, 항공유와 선박 연료비 상승은 운송비 증가로 이어진다.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가 동시에 흔들리면 수익성 회복이 더딘 업종의 실적 개선도 늦어질 수 있다.
대체 조달 여력도 제한적이다. 국내 정유설비는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져 있어 미국, 캐나다 등으로 수입선을 넓히더라도 단기간에 물량을 크게 바꾸기 어렵다. 원유 성상이 달라지면 정제 효율과 수율이 달라지고, 운전 조건 조정에 따른 비용도 늘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에도 반영된다. 나프타는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유분의 원료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원료비까지 오르면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회복도 늦어질 수 있다.
항공·해운업계는 유가와 통항 리스크를 함께 떠안고 있다.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 국제선 운항 확대 효과가 일부 상쇄될 수 있다. 해운사는 위험 항로 운항에 따른 보험료 상승과 선박 일정 차질을 감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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