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3년 전에는 다 갔는데…올해 서울초교 26%만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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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3년 전에는 다 갔는데…올해 서울초교 26%만 소풍

연합뉴스 2026-05-03 06:30:0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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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은 더 기피…수련회 계획 서울 초교, 3% 그쳐

중학교 수학여행은 2023년 258곳→73곳…고등학교도 절반 이상 줄어

과중한 교사 안전조치 업무에 사고 책임까지…2022년 교사 유죄판결이 결정타

봄소풍 나온 초등학생들 봄소풍 나온 초등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가고 그런다고 하대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8회 국무회의 겸 제6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초중고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현실을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현장체험학습이 취소됐다며 다른 학교 상황을 묻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한편에서는 소중한 학창 시절의 추억을 만들 기회가 점차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실제 어느 정도나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든 것일까. 최근 실태와 함께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들게 된 배경을 살펴봤다.

서울시교육청 비숙박형(1일형)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계획 현황 서울시교육청 비숙박형(1일형)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계획 현황

[김문수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올해 초중고 10곳 중 3곳만 소풍 계획…2023년엔 초교 99%·중학교 85% 실시

일선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은 비(非)숙박형과 숙박형으로 나뉜다.

이 중 비숙박형은 소풍을 의미한다. 숙박형은 다시 소규모 테마형 교육여행인 수학여행과 수련 활동인 수련회로 구분된다.

전체적으로는 소풍이 수학여행이나 수련회보다는 여전히 많이 실시되고 있으나 이전에 비해서는 저조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3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초중고 중 올해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실시 계획을 밝힌 곳은 31%인 407개교다.

초중고 10개 중 3개 학교만 올해 소풍을 갈 계획이 있다는 의미다.

학교 급별로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실시 비율은 나란히 26%를 기록했으며 중학교는 42%였다.

이는 불과 3년 전인 2023년 전체 초등학교의 99%, 중학교의 85%에서 소풍을 갔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감소한 규모다.

수학여행 수학여행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도도 비슷하다. 지난해 경기도 초등학교 694곳이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했지만, 올해는 계획이 있는 학교가 397곳으로 300곳 가까이 줄었다.

나아가 실제 외부로 나가는 '소풍'은 이보다도 더 적을 수 있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외부로 나가지 않은 채 강사가 학교를 찾아와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경우도 비숙박형 현장체험학습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 김모(47) 씨는 "요즘은 외부로 나가지 않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 학교에서 각종 체험활동을 하는 방식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실제로 '소풍'을 가는 비율은 이보다도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교조 분회장(단위학교 대표 조합원) 78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달 21일 발표한 학교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최근 1년간 현장체험학습 운영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에 관한 물음에 10.8%가 '학교 내 체험활동 중심'으로 했다고 답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숙박형이 아닌 소풍도 최근 실시 비율이 크게 줄어든 것과 관련, "비숙박이라고 덜 위험하지도 않기 때문"이라며 "숙박 여부가 아니라 교사의 부담이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실시 및 계획 현황 서울시교육청 현장체험학습 실시 및 계획 현황

[김문수 의원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 초교 5%만 올해 수학여행…숙박형 체험은 더 줄어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은 더 줄어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김문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수학여행 실시 계획을 밝힌 초·중·고등학교는 231곳이다. 전체 학교 수(작년 10월 기준 1천331곳) 대비 17% 수준이다.

수련회 계획을 밝힌 학교도 242곳(18%)에 그쳤다.

그중에서도 초등학교는 605곳 중 19곳(3%)만 올해 수련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수학여행 계획을 밝힌 초등학교도 전체의 5%(30곳) 수준이다.

초등학교는 이전에도 중·고등학교에 비해 실시율이 낮았지만, 최근 수년간 실시율이 급감했다.

3년 전인 2023년 수련회를 실시한 초등학교는 124곳(21%)이었으나 이듬해 38곳(6%)으로 급감하더니 올해는 그보다도 더 줄어들며 반토막 났다.

수학여행 실시 학교도 2023년 80곳에서 올해 30곳으로 줄었다.

2024년 5월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탐방로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2024년 5월 22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송악산 탐방로에 수학여행 온 학생들의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중학교도 사정은 비슷하다. 2023년에는 전체 388곳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258곳이 수학여행을 실시했으나 올해 실시 계획을 밝힌 학교는 73개교(19%) 수준이다.

수련회도 올해 129곳(33%)만 실시 계획을 밝혔다.

그나마 고등학교는 각각 128곳(38%)과 94곳(28%)이 각각 수학여행과 수련회를 올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다른 지역도 비슷하다.

김 의원실이 경기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한 학교는 1천776곳(69.9%)이었다. 그러나 올해 실시할 예정이 있는 학교는 1천442곳(56.1%)으로 330여곳이 줄었다.

이와 관련, 현경희 전교조 대변인은 "전국으로 본다면 수련회·수학여행 실시율이 약 53% 수준이나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이 비율이 더 낮다. 특히 초등학교는 더 안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 대변인은 이어 "대도시는 과밀학급이 많아 교사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더 크고 민원도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총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 유죄 판결 유감" 교총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 유죄 판결 유감"

2025년2월 11일 강원 춘천지법 앞에서 열린 현장학습 사고 인솔 교사 선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이 이날 재판에서 체험학습 사고 인솔 교사에게 유죄를 판결한 재판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 체험학습 인솔 교사 기소가 전환점…"위험 감수 안 해"

체험학습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감소한 데는 2022년 강원도로 체험학습을 간 초등학생이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로 교사가 기소된 사건이 결정타가 됐다고 교육계는 보고 있다.

당시 담당 교사는 안전사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금고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2심은 금고 6개월에 선고 유예 판결을 했고 지난해 말 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사의 형사적 책임에 대한 법적 요구가 확대되면서 일선 교사들이 아예 현장체험학습을 기피하기 시작했다고 교육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숙박형 체험학습의 안전 관련 업무가 과중한 상황에서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불안감까지 더해지며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할 의지를 잃었다는 이야기다.

현경희 대변인은 "그전에도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해 학부모가 교사나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한 사례가 있지만 강원도 버스 사고는 첫 형사처벌 사례"라면서 "현장체험학습이 원래 의무도 아니고, 이런 행사를 한번 하면 공문 수십장은 보내야 할 정도로 일도 많은데 자칫하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니 그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안 하고 싶지 않겠느냐"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초등학교 교사 고 모(47) 씨는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면 크고 작은 사고를 완전히 피할 수 없다"면서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교사가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면 위험을 감수하며 갈 수 없다. 차라리 안 가는 편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경포해변을 찾은 수학여행단 강원 경포해변을 찾은 수학여행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관련 업무 과중에 민원까지

현장체험학습 실시를 위한 안전사고 관련 업무가 지나치게 많은 것도 교사들의 기피 이유로 꼽힌다.

고등학교 교사 김모 씨는 "그나마 수련회는 시설 안에서만 있으니 덜하지만, 수학여행 준비는 맡으면 1년 내내 고생이어서 교사들이 모두 기피한다. 오죽하면 수학여행 가는 2학년을 맡느니 고3 담임을 하겠다고들 한다"고 전했다.

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전달한 현장체험학습 관련 안전조치 공문을 보면 ▲ 운행차량 및 운전자 적격 여부 확인 및 차량 점검 ▲ 학생 수송버스 운전자 음주 감지 등 교통안전 대책 강구 ▲ 각종시설 안전 점검 ▲ 숙박시설 소방점검 ▲ 숙박시설 내 베란다를 통한 밤사이 이동 금지 등 안전교육 ▲ 숙박시설 보험가입상태 점검 등을 교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현경희 대변인은 "타이어 마모 상태나 운전자 음주운전까지 교사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라면서 "교사가 챙겨야 할 안전점검도 너무 광범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교사 김모씨는 "작년 수학여행 때 건물 밖에서 교사와 숙소 직원이 밖에서 밤새 베란다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학생과 학부모 민원도 교사들의 고충 중 하나다.

김씨는 "방 배정 문제를 두고 왜 우리 아이를 소외되게 하느냐는 민원도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의원은 "학생들에게 추억을 안겨주는 소풍이나 수학여행이 위축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방안을 마련하고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 학생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학교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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