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제 확산 포함해 사회적 인식·근무 환경 유연하게"
"현금 지원·돌봄 확대로는 출산율 추세 반전 지속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김잔디 기자 = 국내 출생아 수가 올해 2월 기준 20개월 연속 증가했지만,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 추세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반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양육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는 수준을 넘어 부모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동 환경과 사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가정 양립 지원책이 일부 성과를 내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을 끌어올린 데 기여했다면서도 현재 정책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정책은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노동 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금 지원이나 보육기관 확대만으로는 아이를 안 낳으려는 현 상황을 완전히 반전시키기 어렵고, 출산율 반등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만한 동력이 되기도 힘들다고 봤다.
특히 육아휴직, 임신·출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가 있더라도 기업 규모나 성별, 고용 형태와 관계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실제 정부 기관과 대기업·중소기업 사이에 육아휴직 등 제도 이용률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어머니 직장 유형에 따른 육아휴직 이용률은 정부 기관은 78.6%, 민간 대기업 56.1%, 민간 중기업 44.7%, 민간 소기업 29.0% 등이었다. 남성 육아휴직은 기업 규모별 양극화가 더 극심한 것으로 보고된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히 육아휴직 급여를 높이는 건 대기업 근로자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는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며 "중소기업 등에 집중해서 구조적 문제를 풀어가는 게 앞으로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 외에도 육아기에 있는 부모들이 근로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노동 환경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유연근무제' 도입 확산도 주문했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도 "국내에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를 온전히 쓸 수 있는 사람이 너무 적지 않느냐"며 "당장 재직하는 기업의 규모나 종류와 관계없이 육아휴직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고, 탄력 근무를 쓸 수 있는 사람도 더 늘어나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보탰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노동 시장에서 '유연성'과 '안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느냐가 출산율 반등 흐름을 지속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육아휴직 사용자의 추가 출산이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며 "육아휴직을 사용하고도 계속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성별을 불문한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가 기업과 근로자 모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입장에서 근로자의 육아휴직과 유연근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근로자 역시 소득이나 커리어 고민 등을 이유로 양육에 뛰어드는 걸 주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나 기업을 운영하는 형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제도가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덧붙였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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