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5월 한국 금융시장은 세 개의 ‘태풍’이 동시에 접근하고 있다. 중동 전쟁, 케빈 워시 체제로의 전환을 앞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그리고 신현송 체제 한국은행의 첫 정책 판단이다. 세 변수는 각각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전쟁이 유가를 통해 물가를 자극하는 가운데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은 환율, 자금 흐름을 뒤흔든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압박 속에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시장에 메시지를 던진다.
◇종전 변수에 달린 유가…물가·성장 동시 압박
5월 최대 변수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여부다. 양국 2차 협상이 불발된 가운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중동 전쟁은 국제유가 흐름을 뒤흔들고 있다. 국제유가는 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30일 국제유가 기준인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18.03달러로 전장 대비 6.1% 상승했다.
한국 경제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 상승에 취약하다. 유가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급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유가 상승 파급력은 실물경제로 번진다. 기업은 원가 부담에 직면하고,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를 줄인다. 결과적으로 물가는 올라가고 성장은 둔화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유가는 단순한 가격 변수가 아니라 물가 상방과 성장 하방을 동시에 압박한다.
◇연준 내부 이견·워시 체제…정책 불확실성 확대
두 번째 변수는 연준 정책 불확실성 확대다. 5월 15일 제롬 파월 의장이 물러난다. 후임은 케빈 워시 총재 후보다. 정치적 장벽에 묶여 있던 워시 후보의 인준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워시 체제 출범이 임박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은 더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연준은 제롬 파월 의장 체제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시장은 향후 정책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FOMC에선 12명의 위원 중 4명의 위원이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1992년 이후 최대다. 일부 위원은 금리 인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에 반대했고, 일부는 인하를 지지했다. 시장은 “연준 내부에서 분열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총재 교체 시기가 맞물리며 연준 통화정책 방향은 쉽사리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새롭게 수장에 취임할 워시 후보의 속내도 예상하기 어렵다. 워시 후보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연준의 독립성을 지키겠다”고 발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다.
연준은 글로벌 통화정책의 기준점이 아니라 환율과 글로벌 유동성을 흔드는 ‘변수’가 됐다. 한국은행 역시 수장 교체기 연준의 정책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30일 “차기 미 연준 의장 취임 이후 미국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현송, 첫 금통위…시장 매파적 메시지에 긴장
오는 28일 한은은 신현송 총재 취임 첫 번째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한다. 기준금리는 동결이 유력하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환율 불확실성, 물가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외국인 자금 유출 및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준금리 동결보다는 한은이 던질 메시지가 변수다. 앞서 신 총재는 “유가 충격이 큰 만큼 물가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 총재는 취임 이전 ‘매파적’ 인물로 분류됐다. 시장은 한은이 향후 인하 여지를 남길 ‘비둘기파적 동결’을 선택할지, 향후 인상을 예고하는 ‘매파적 동결’일지 주목한다.
5월 금융시장은 금리 이벤트가 아니라 3가지 대형 변수가 충돌하는 국면이다. 중동은 유가를 통해 물가를 밀어 올리고, 워시는 연준의 정책 기준을 흔들며, 신현송 체제의 한은은 첫 방향 설정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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