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일 예술의전당서 세 번째 시즌…"착한 작품만의 매력 보여줄 것"
"에피소드 덜어내고 주인공 서사에 집중…캐릭터 변화로 비극성 살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최근 티모테 샬라메가 순수예술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었죠.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이라는 대중적인 장르와 순수 예술인 발레가 접목해 서로 상승하는 효과를 보고 싶었어요."(이지나 연출)
삶의 끝자락에서 발레라는 꿈을 선택한 76세 노인 덕출과 불안한 청춘 채록의 교감과 성장을 그린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가 2∼17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개막 공연을 앞둔 2일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지나 연출은 '아무도 관심 없는 발레와 오페라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 않다'는 할리우드 배우 샬라메의 발언을 언급하며 뮤지컬과 발레가 어우러진 이번 작품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아이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대에 발레와 같은 아름다운 순수 예술에 감동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며 "착한 작품은 착한 작품만의 매력이 반드시 있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뮤지컬과 발레를 접목한 작품답게 공연 내내 유명한 발레곡들이 끊임없이 연주된다. 이 또한 관객이 작품을 단순히 뮤지컬이 아닌 순수 예술 작품으로서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긴 선택이었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대(大)혐오와 과(過)자극의 시대 속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에 음악으로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작품에는 많은 발레곡과 함께 유명 클래식 곡들도 나온다. 이런 음악들이 서로 괴리감이 들지 않도록 한 톤을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2019년 초연, 2021년 재연에 이어 이번이 5년 만에 올리는 삼연이다. 초연이 연극적 요소가 강했다면, 이지나 연출이 합류한 재연부터는 뮤지컬의 색채가 진해졌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의 특성을 더 가미하면서도 주인공인 덕출과 채록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했다.
이지나 연출은 "잔잔하게 감동적이었던 원작의 여러 에피소드를 좀 덜어내면서 조금 더 뮤지컬적으로 더 만들어보려고 했다"면서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가 뮤지컬적인 서사로 더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주인공 덕출의 캐릭터에도 많은 변화를 부여했다. 원작과 초·재연에서 전형적인 따뜻한 품성을 가진 노인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다소 까칠하고 고집 센 인물로 설정됐다.
초연과 재연에 이어 덕출로 무대에 오르는 최인형 서울예술단 단원은 "덕출은 나름의 비극을 가진 인물이지만 이지나 연출과 상의해 조금 더 재치 있고, 조금은 '꼰대' 같은 인물로 표현하기로 했다"며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전형적이지 않은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그의 비극성을 더 살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꿈을 시작하는 덕출과 달리 현실의 벽 앞에서 꿈을 포기하는 채록 역에는 그룹 SF9의 재윤과 빅스의 이재환(켄)이 더블 캐스팅됐다. 가수가 주업인 두 배우는 뮤지컬과 발레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재윤은 "작품을 연습하면서 부모님 세대가 한 번뿐인 인생에서 저희 세대를 키우기 위해 많은 희생을 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그동안 부모님께 제 공연을 보러오시라고 한 번도 말을 안 했는데, 이번 작품은 반드시 보러 오시라고 말씀드렸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공연에서 발레는 제게 가장 큰 도전 과제였다"며 "그냥 흐지부지되는 느낌의 발레가 아닌 무대 위에서 채록이 진심으로 대하는 그런 발레를 실제로 보여드리고 싶어 연습에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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