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세아제강지주가 유럽 해상풍력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영국에 설립한 생산 자회사 세아윈드가 현지 노동 관행 적응 문제와 기술 장벽에 막혀 수주한 대형 계약이 연이어 해지되고 경영난에 직원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든 것으로 알려지며 관련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BBC 방송과 현지 매체 노스이스트 바이라인스(Northeast Bylines)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세아윈드 티즈웍스 공장의 대규모 계약 해지와 구조조정 계획을 시리즈로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최대 에너지 기업 RWE는 최근 '노퍽 뱅가드(Norfolk Vanguard)'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공급망에서 세아윈드를 제외하기로 했다. 지난 2월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와의 '혼시 3(Hornsea 3)' 프로젝트 계약이 무산된 이후 두 번째 계약 해지다.
세아윈드가 처한 위기의 핵심은 납기 준수 능력과 기술적 신뢰 상실이란 분석이다. RWE는 이번 노퍽 뱅가드 서부(Vanguard West) 프로젝트 물량을 세아윈드 대신 스페인의 아이제아(Haizea)와 독일 스틸윈드(Steelwind)와 계약을 새로 체결하며 프로젝트 공급망을 변경했다.
▲ 獨 RWE, 납기 지연·생산 공정 결함...계약 해지
앞서 오스테드도 세아윈드의 생산 공정 결함과 납기 지연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중국 대진 오프쇼어(Dajin Offshore) 등으로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세아윈드는 지난 2023년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 바텐폴이 발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인 노퍽 뱅가드 프로젝트에 1조4900억원(당시 환율 기준 9억파운드) 규모의 모노파일(해상풍력 하부 구조물)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노퍽 뱅가드 프로젝트는 영국 남동부 해안에서 47km 떨어진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발전 설비용량 2.8GW 규모로 약 195만가구에 필요한 일일 전력 사용량을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세아윈드는 최대 외경 11m, 길이 95m, 중량 2250톤의 XXL 규격 모노파일을 2027년 연말까지 노퍽 뱅가드 프로젝트에 순차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 덴마크 오스테드, 프로젝트 취소...中 업체로 변경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모노파일 제작은 고도의 기술력과 정밀 공정이 요구되는데 시장 후발 주자인 세아윈드가 영국 현지 조업 환경과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세아윈드는 현재 노퍽 뱅가드 동부(Vanguard East) 물량만 유지하고 있으며 이 역시 2030년 인도분인 만큼 향후 공장 가동 상황에 따라 추가로 이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수주 절벽은 재정난으로 직결됐다. 세아윈드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지속적인 재정적 압박과 고객 수요 감소로 조직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며 구조조정을 공식화했다.
현재 티즈웍스 공장에는 350여명의 세아윈드 직원이 근무 중이나 이번 결정으로 상당수 직원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영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GMB는 즉각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 “K-모노파일 현지화, 노무 관리·기술적 안정성 담보해야”
세아윈드는 지난해 10월부터 영국식 노동 관행 적응 문제와 처우 개선 등을 놓고 노조와 갈등을 빚어왔다. 전문가들은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할 시점에 터진 노사 갈등이 공장 완공과 실질 가동을 늦추는 ‘치명적 약점’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장 완공률과 제품 양산과 관련한 세아윈드 측의 주장도 신뢰 상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현지 업계에서는 세아윈드 티즈웍스공장이 6개월 넘게 완공률 99%에 머물러 있는 것은 물론 실제 제품 양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최고경영자(CEO)가 한국 본사로 소환된 것도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수억파운드가 투입된 영국 공장의 표류는 세아제강지주 전체 사세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이 금리 인상과 원가 상승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신규 수주 실패와 구조조정은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세아윈드의 사례는 해외 현지 공장 설립이 단순히 설비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기업의 해외 공급망 진출 시 현지 노무 관리와 기술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지원책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의 시선은 향후 세아윈드가 △RWE 동부 프로젝트 계약 물량을 끝까지 납품하는 것과 △영국 정부 및 지자체와의 투자 보조금 반환 분쟁 가능성 △6월로 예정된 뱅가드 서부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 이후 추가 시장 반응 여부 등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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