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애플이 1~3월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성적표를 내놨다. 그러나 실적의 질을 들여다보면 아이폰 판매 제약, 반도체 공급망 의존, 인공지능(AI) 투자 격차 등 구조적 과제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평가다. 호실적이 ‘성장 전환점’이라기보다 ‘체력 확인’에 가까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회계연도 2분기 매출 1111억80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역대 2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자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수치다. 주당순이익(EPS)도 전망치를 웃돌았다. 아이패드, 맥, 웨어러블, 서비스 등 대부분 사업 부문이 기대치를 넘어서며 실적을 견인했다. 서비스 매출은 309억달러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럼에도 핵심 사업인 아이폰에서는 미묘한 균열이 포착됐다. 아이폰 매출은 569억달러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시장 기대치에는 소폭 미달했다. 애플은 수요 자체는 매우 강했지만, 칩 공급 제약으로 판매량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제품 설계는 자체적으로 수행하지만, 생산을 외부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구조가 병목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애플의 공급망 전략 한계가 다시 부각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칩 생산을 외부에 맡기는 구조는 수요 대응 속도를 제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성능 칩 수요가 집중되는 국면에서는 파운드리 경쟁력이 곧 제품 출하 능력으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리스크로 평가된다.
AI 전략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전년 대비 30% 이상 늘리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다른 빅테크 기업들과 격차가 크다. 연간 수천억 달러를 투입하는 경쟁사와 비교하면, 애플의 AI 투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준이다. 구글과의 협력과 자체 모델 개발을 병행하는 전략이지만, 시장에서는 ‘속도’와 ‘규모’ 모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다만 애플 내부에서는 제품 전략에 대한 자신감이 감지된다.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예정된 존 터너스는 “애플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제품 개발 시기”라고 언급하며 새로운 형태의 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AI와 하드웨어 결합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제품 전략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애플의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고, 뉴욕증시 역시 기술주를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이폰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익성과 향후 성장 기대가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AI 중심의 수익 창출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시장 신뢰를 지탱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 실적은 애플의 ‘현재와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서비스와 기기 전반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며 체력을 입증했지만, 핵심 제품의 공급망 제약과 AI 투자 전략의 속도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칩 공급 병목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AI 경쟁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감을 확보할 것인지가 향후 성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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