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 이 기기는 철없던 10대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지지곤 했던 태닝 베드를 떠올리게 한다(이는 이제는 전혀 권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하지만 곧 피부가 바삭하게 타버릴 일은 없다는 설명에 안도하게 된다.
캘 실즈 박사는 "이것은 적색광"이라고 설명했다. "세포를 튀기는 것이 아니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는 "15분이면 됩니다"라고 말한 뒤, 맨체스터에 있는 웰니스 공간 '쓰라이브(Thriyv)'의 적색광 테라피 베드 뚜껑을 닫고 방을 나갔다.
어디선가 낮은 기계음이 들리고, 베드는 붉은 빛을 뿜어낸다. 나는 생각에 잠긴 채 홀로 남는다. 그리고 이론대로라면, 피부와 근육 세포를 분주하게 회복하고 있을 터였다.
최근 몇 달 사이 웰빙 산업은 말 그대로 '붉게' 달아오르고 있다. 더 젊어 보이고 싶든, 더 오래 살고 싶든, 더 행복해지길 바라든, 혹은 더 빠른 회복을 원하든, 그 해답은 적색광 테라피에 있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적색광 테라피란 정확히 무엇이며, 적색 테라피 매트와 LED 마스크, 사우나형 슬리핑백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뜻한 선홍빛이 실제로 우리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것일까?
레드 라이트(적색광) 테라피는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이용해 인체에 영향을 미친다.
적색광은 우리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빛으로, 파장은 630~660나노미터 범위에 해당한다. 이는 밀리미터의 백만 분의 일 수준이다. 파장이 길어질수록 빛은 점차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파장이 길수록 인체 깊숙이 도달한다. 짧은 파장은 피부의 표층을 겨냥하는 반면, 더 긴 파장은 근육 조직까지 도달하며 회복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미세한 적색광 입자는 파장과 강도에 따라 세포의 에너지 생산 속도를 높여, 노화되거나 손상된 세포가 스스로를 복구하고 재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쓰라이브로 돌아오자, 실즈 박사의 단골 고객 가운데 한 명인 케이트 맥렐랜드(32)가 적색광 테라피 베드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는 2년 전 크로스핏 훈련 중 바벨이 떨어지면서 목이 골절된 이후 적색광 테라피를 이용해왔다.
맥렐랜드는 "부상 이후 강도 높은 물리치료를 받았다"며 "여기에 적색광 테라피를 병행했다"고 말했다.
근육 조직이 더 빠르게 회복되는 데 이것이 도움을 줬다고 믿는 그는 현재 다시 훈련에 복귀했고, 최근에는 하이록스(Hyrox) 피트니스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적색광은 여전히 그의 회복 루틴의 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그는 "예전에는 하이록스 이후 회복에 일주일이 걸렸다"며 "지금은 며칠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맥렐랜드는 열성적인 사용자답게 LED 마스크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제품은 수백 파운드(수십만 원대)에서 많게는 수천 파운드(수백만 원대)에 달하는 가격에 판매되며, 제조사들은 적색광이 콜라겐 생성을 자극하고 잔주름을 줄인다고 주장한다. 일부 제품에는 더 짧은 파장의 청색광(블루 라이트)이 함께 사용되기도 하는데, 일부 연구에서는 블루 라이트가 여드름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시사한다.
맥렐랜드는 "피부가 더 생기 있어 보이는 느낌이 든다"며 "햇빛으로 인한 손상이 많았는데, 그 흔적이 분명히 옅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적색광 기기들은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소속 신경과학자인 글렌 제프리 교수는 "인터넷에서 고가의 적색광 기기를 사서 무작정 사용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효과를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적색광 테라피가 피부 재생부터 근육 통증 완화까지 일부 분야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국 피부과학회 소속 소피 웨더헤드 박사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웨더헤드 박사는 "빛의 조합과 조사량이 제각각인, 비교적 소규모 연구들이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빛이 서로 다른 피부색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피부 두께, 어느 신체 부위를 대상으로 하는지, 기기를 구동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의 양 등 다른 요인들 역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적색광 테라피를 활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적색광 마스크
적색광 마스크 기기는 주로 육안으로 보이는 적색광과 일부 더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한다.
웨더헤드 박사는 피부 두께가 적색광의 침투 정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얼굴은 신체의 다른 부위보다 피부가 기본적으로 더 얇기 때문에, 얼굴 부위에서는 제한적이지만 일정 수준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기기에서 충분한 출력이 확보되는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웨더헤드 박사는 "적색광은 진피층까지 도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론상으로는 세포 내 에너지를 생성하는 미토콘드리아에 일부 변화가 생길 수 있고, 이는 피부 재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적색광이 어디에서 조사되는지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웨더헤드 박사는 가정용 제품의 경우 의료용 등급의 장비에 비해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들 장비는 일부 육안으로 보이는 적색광을 사용하지만, 더 많은 비중을 긴 파장의 근적외선에 둔다.
제프리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 근적외선이 신체를 관통해 깊은 조직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론적으로는 빛이 더 깊은 조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는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베드형 기기들이 실제로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제대로 겨냥하려면 적절한 파장의 조합이 필요하지만, 시중의 제품들은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피부에 어느 정도의 적색광이 필요한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고, 그 기준 역시 개인마다 다르다는 점도 덧붙였다.
버밍엄 대학교의 신경과학자인 주베어 아흐메드 교수는 이에 동의하면서도, 파장과 조사 강도가 적절하다면 베드형 장비가 피부 재생, 염증 감소, 근육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적외선 사우나
적외선 사우나 기기는 베드나 마스크보다 훨씬 더 긴 파장의 빛을 사용한다. 적색광 테라피 베드나 LED 마스크처럼 세포의 발전소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를 직접 겨냥하는 대신, 주요 효과는 열에서 비롯된다.
세포 내에서 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분자들이 활성화되는데, 오리건 대학교 생리학자인 크리스 민슨 교수는 이 과정이 염증을 줄이고 "손상된 단백질을 정리하는" 등 다양한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세포가 스스로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열은 심혈관계 건강을 개선하고, 뻣뻣한 관절을 완화하며, 나아가 수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런던의 한 웰니스 허브에서 요가와 필라테스를 가르치고 있는 엘로이즈 알렉시아에게 스튜디오에 설치된 적외선 조명은 다른 '열'이 주지 못하는 것을 제공한다.
알렉시아는 "고객들이 정말 좋아한다"며 "적외선은 더 표적화돼 있어 주변 공기만 데우는 것이 아니라 몸 자체를 따뜻하게 해주고, 결과적으로 훨씬 빠르게 워밍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열을 사용할 때보다 더 천천히 지치기도 하죠."
적색광 테라피는 일반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특정 피부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이 있는 경우, 빛에 민감한 경우, 혹은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사전에 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사용을 피하고 제조사의 사용 지침을 따를 것을 권고한다. 또한 눈 보호 장비를 착용할 것을 추천하며, 기기가 CE 또는 UKCA 제품 안전 인증 마크를 갖추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시 웰니스 센터로 돌아온 나는 의료 책임자에게 적색광 테라피 베드에 대한 임상적 근거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실즈 박사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의사로, 무작위 대조시험이라는 엄격한 검증 환경에서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을 사용해왔다. 따라서 이는 그에게도 상당한 변화인 셈이다.
그는 이에 대해 "작동 메커니즘은 이미 알고 있고, 이론적으로도 말이 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다른 예방의학과 마찬가지로 "근거가 제한적인 것은 맞지만 그것이 곧 효과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베드에서 빠져나오자, 아주 부드러운 마사지를 받은 듯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혹은 그저 스트레스 가득한 아침을 보낸 뒤 15분간 누워 있었던 덕분일지도 모른다.
임상적 관점에서는 지금도 선구적인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혈당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에서부터 손상된 척수 신경을 회복시키는 데까지, 적색광 테라피가 의학 분야에서 실질적인 가능성을 지닌다는 연구 결과들이 점차 늘고 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는 "업계에서 쏟아내고 있는 과장된 주장들을 뒷받침할 만한 임상적 증거는 없다"고 아흐메드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렇다고 해서 향후에도 그런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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