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사진=KBS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생산 현장이 유례없는 적막에 휩싸였다. 창사 이래 13년 동안 단 한 번도 멈춘 적 없던 공장 라인이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 선언과 함께 최대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삼성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성장세를 이어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임금 협상 결렬이라는 암초를 만나며 노사 관계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800명이 동시에 사라진 공장의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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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기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은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은 일반적인 집회나 시위 형태가 아닌, 조합원들이 단체로 연차 휴가를 사용하고 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이색적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4,000명 중 약 70%에 달하는 2,800여 명이 이번 행동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임금 및 격려금 지급을 둘러싼 깊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더불어 조합원 1인당 3,000만 원의 격려금 지급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거둔 역대급 실적에 따른 합당한 보상이라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향후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와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노조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사측은 노조가 요구하는 일부 조건들이 기업의 고유 권한인 인사권과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6400억 증발 위기에 쏠린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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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정은 한 번 시작되면 멈추기 어려운 연속 공정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공정이 중단될 경우 배양 중인 단백질이 변질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생산 중이던 제품 전체를 폐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사측은 이번 전면 파업이 실제 공정 차질로 이어질 경우, 그 피해 규모가 최소 6,4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본 파업에 앞서 진행된 소규모 부분 파업만으로도 원부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라인이 가동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약 1,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3000만원 안 주면 일 안 하겠다는 건 너무 무리한 요구 아니냐", "공장 멈추면 피해가 6000억이라는데 직원들이 너무 강경하다", "삼바 연봉도 높은데 격려금까지 저렇게 요구하다니 소름 돋는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얼마나 처우가 납득이 안 됐으면 2800명이 동시에 연차를 썼겠냐", "실적이 역대급인데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라며 노조의 입장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사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창사 13년 만에 깨진 '무분규'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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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단 한 차례도 파업을 겪지 않았던 곳이다. 삼성 특유의 관리 문화 속에서 빠른 성장을 이뤄냈지만, 지난 2020년 삼성의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 이후 노조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는 그간 쌓여온 노사 간의 불신이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측은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총 13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파업으로 인한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반대로 사측은 노조의 요구가 기업 운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수준이라며 방어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고객사들과의 계약 이행을 위해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리직 인원을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등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숙련된 현장 인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재 테이블 위에 놓인 최후의 시나리오
파업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이 중재에 나서기로 했다. 노사는 오는 4일 노동청의 중재 아래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예정이다. 이번 만남은 파업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지만, 수개월간 이어진 평행선이 단번에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삼바 파업 사태가 삼성그룹 전체 노사 관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 등 다른 계열사들 역시 임금 협상을 둘러싼 갈등을 겪고 있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결말이 향후 그룹 내 노사 협상의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식 홈페이지와 SNS 채널 등에는 파업 상황을 묻는 투자자들과 고객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요 고객인 만큼, 이번 사태가 대외 신인도에 미칠 여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4일 열릴 중재 협상에서 극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 아니면 6,400억 원의 손실이라는 파국을 맞이하게 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노조는 5월 5일까지 전면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으며, 사측은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일분일초가 급한 바이오 생산 현장에서 노사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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