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582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여전히 여성에게 부담이 집중된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4년 가계생산위성계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총 582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보다 약 20.0%(96조9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가계생산 전체 규모는 619조1000억 원으로 21% 늘어나며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무급 가사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지만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청소, 요리, 돌봄 등의 활동을 의미한다. 해당 가치는 실제 노동 시간에 유사 직종의 임금을 적용해 산출되며, ‘보이지 않는 경제 활동’을 계량화한 지표로 활용된다.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소폭 감소했다. 무급 가사노동 가치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22.8%로 5년 전 23.8%보다 1.0%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 시간 감소 폭이 더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가전제품 성능 향상과 배달 서비스 확대 등으로 가사노동의 일부가 시장으로 이전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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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격차는 여전히 뚜렷했다. 여성이 창출한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425조8000억 원으로 전체의 73.1%를 차지했다. 반면 남성은 156조6000억 원으로 26.9%에 그쳤다. 1인당 기준으로 보면 여성은 연간 1646만 원 수준으로, 남성(605만 원)의 약 2.7배에 달했다.
다만 변화의 흐름도 감지된다.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증가율에서는 남성이 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남성의 1인당 가사노동 가치는 5년 사이 35.7% 증가한 반면 여성은 14.9% 증가에 그쳤다. 전체 평가액에서도 남성 비중은 2004년 22.8%에서 2024년 26.9%로 꾸준히 확대됐다.
행동 유형별로는 가정관리 활동이 25.8% 증가하며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자원봉사 및 참여활동(24.6%),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0.7%) 순이었다. 이는 단순 가사뿐 아니라 사회적 활동까지 포함한 무급 노동의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분석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과 고용률이 높아지면서 가정 내 가사노동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반면, 남성의 참여는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저출산으로 미성년자 인구가 감소하면서 돌봄 노동 자체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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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가전제품의 발전과 외식·배달 서비스 확대 등으로 가사노동이 일부 시장화되면서 전체 노동 시간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인구 구조 변화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 부분이 여성에게 집중된 현실은 과제로 남아 있다. 다만 남성의 참여 확대와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는 격차가 완화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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