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감소 추세 속 거리노숙 여성 증가…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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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감소 추세 속 거리노숙 여성 증가…대책은?

프레시안 2026-05-02 09:50:48 신고

3줄요약

여성노숙인은 어디에서 어떻게 존재할까


여성노숙인은 왜 눈에 띄지 않을까. 노숙하는 여성을 보기 힘든 이유는 대다수가 시설에 있어서다. 여성노숙인이 어디에 몇 명이나 있는지 가늠하려면 보건복지부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노숙인 등'에 대한 전국실태조사를 참고할 수 있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24년에 실시되었는데, 그때 전국의 여성노숙인은 2851명이었다. 거처 유형별로는 거리에서 146명이,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2051명이, 그리고 쪽방에서 654명의 여성이 파악되었다. 즉, 여성노숙인들은 주로 시설에서 생활하고, 그 다음으로는 쪽방 주민으로 살고 있다. 복지시설과 쪽방에 거주하는 여성들은 보기 어려우니 결국은 거리에서 발견된 146명을 접한다면 접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146명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면, 아무리 공중에 노출되는 지하도나 역이나 공원에서 지낸다 한들 쉽게 보기 힘들다.

▲ 2024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 ⓒ보건복지부·보건사회연구원(2024)

더구나 여성들은 발견하기 힘든 노숙을 하는 경향이 짙다. 24년의 노숙인 전국실태조사에서 여성은 잠자리로 '눈에 잘 띄지 않기 위한' 곳을 선택한다는 항목에 남성보다 높은 비율로 응답했다(여성 10.4%, 남성 5.8%). 여성노숙인들은 수시로 경험하는 따가운 눈길과 위협, 폭력, 성폭력의 위험을 피해 공중화장실을 걸어잠그고 있기도 하고, 으슥한 건물이나 눈에 안 띄는 공원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며, 사람들을 내보내고 셔터가 내려지는 야심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지하도나 건물 로비의 한 켠을 차지하기도 한다. 반대로 사람들이 많고 드넓은 쇼핑몰이나 터미널에서 티나지 않게 섞여 지내며 구별되지 않으려고도 한다. 근래에는 노숙의 방법이 더 다양해져 발견이 쉽지 않다. 내가 일하는 여성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을 찾은 여성들에게 노숙한 경로를 물어보면 전에는 유념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소에 있었다는 답변들이 꽤 있다. 비교적 최신 업종인 무인 카페나 빨래방을 이용했다고도 하고, 자신이 일했던 곳이라 익숙한 대형 물류센터 구석에서 밤을 지냈다고도 한다. s.n.s.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사이트에 하루만 재워달라고 공지해서 숙박처를 구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에 만난 젊은 여성노숙인은 일시보호시설을 찾기까지의 불안한 노숙 이력을 이렇게 이야기했다.

"엄마가 폭력이 심해서... 가출했는데 돈이 없었어요... 친구가 차비 내준다고 오라 해서 택시 타고 서울로 왔어요... 그 집에서 나오게 되었는데 나중에 갚겠다고 돈을 조금 빌려서 찜질방에서 잤어요... 아는 언니에게 연락해보니 오라고 하더라구요... 함께 산 지 일주일쯤 되었는데 자기가 힘드니 나가라고 했어요."

복합적 위기 속 여성노숙

정부의 공식 집계에서 여성노숙인은 상대적으로 소수이다. 쪽방주민을 제외하고 여성노숙인은 전체 노숙인 8000여 명 중 3분의 1이 채 안 된다. 거리노숙을 하는 여성의 비중은 더 적다. 2024년 노숙인 전국실태조사에서 거리노숙 여성은 전체 거리노숙인의 10.8%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최근 10여 년에 걸친 여성노숙인의 증감 추이는 우려할 만하다. 수년에 걸쳐 노숙인은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인데 유독 거리노숙 여성의 수는 증가하였으며, 노숙인 내에서의 비중도 줄지 않았다.

▲거리노숙 여성 지원을 위한 아웃리치 활동. ⓒ디딤센터(2025.5.)


그러나 설혹 여성노숙인이 엄청나게 늘어난 건 아니라고 치자. 또 상대적으로 여전히 소수라 하자. 그렇다고 여성노숙인이 경험하는 복합적 위기를 가볍게 볼 일일까. 노숙은 어느 누구에게나 고통스럽고 비인간적인 상황이지만 여성이 경험하는 노숙은 훨씬 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해친다. 특히나 여성이 거리노숙을 할 때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노숙인 지원 현장에 있으면 여성들이 씻을 곳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벗고 샤워했다는 이야기, 무료급식 줄에 서 있다가 욕을 듣거나 추행을 당했던 경험을 들을 수 있다. 몇 해 전 서울역에서 여성노숙인이 구타로 사망한 사건은 폭력과 성폭력의 위험에 놓이기 십상인 거리노숙 여성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낸 바 있다.(☞ <한겨레> 2023년 5월 13일 자 ''사건'으로 인정받지 못한, 어느 여성 홈리스의 죽음')

여성노숙인들의 위기 경험은 오래된 빈곤에 더하여 장애로 인한 불리함, 정신건강의 문제, 그리고 여성폭력 피해의 경험들이 중첩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건강 문제는 여성노숙인의 상태를 설명하는 특징적 현상이다. 여성노숙인의 정신질환 유병율은 49.8%여서 남성노숙인의 두 배가 넘었다. 일상생활을 제한하는 우울·불안·정서 문제에서도 여성노숙인은 남성노숙인보다 두 배 이상 높다(33.4%). 생활시설에 입소한 여성노숙인의 지적장애와 정신장애 비율 역시 높다. 짐작되겠지만 정신질환과 지적장애는 빈곤과 주거위기의 어려움을 증폭시킨다. 내가 만난 일시보호시설 이용 여성들은 정신병 증상 때문에 취업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가까스로 시간제 일을 구했다가도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커서, 혹은 일에 집중하지 못해서 스스로 그만두거나 해고 통보를 받곤 했다. 일 유지가 안 되니 주거비를 밀려 고시원에서조차 쫒겨났다. 정신병 증상 때문에 시설 이용 때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24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여성노숙인의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안전과 건강할 권리 보장을 위한 연구'를 수행한 바에 따르면, 여성노숙인은 생애 전과정에서 여성폭력을 경험하며 상처와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이는 노숙을 탈피하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

여성노숙인 특별보호의 현주소

노숙인복지법 제3조 2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성별 특성을 고려하여 노숙인 등을 위한 지원사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어느 지자체보다 빨리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서울특별시의 경우, 조례 제5조에서는 '시장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시행계획을 매년 수립·시행하여야 하고, 여성·장애·노인 등 취약 노숙인 등의 특별보호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성별 특성'을 고려한 '특별보호'의 현실은 미미하기 그지없다. 법적으로 남녀의 성별차이를 고려한 노숙인 지원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많지 않다. 노숙인복지법 제12조에서 '여성노숙인 등의 건강과 복지를 위하여 여성노숙인 등에게 보건위생에 필수적인 물품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한 정도다.

정책과 서비스의 현실도 현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노숙인 복지를 위한 여러 지원과 서비스 중 여성노숙인을 고려한 것으로는 서울에 여성노숙인 상담소를 만든 정도고, 여성노숙인의 특성을 고려한 인프라는 현저히 부족하다.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여성노숙인 전용시설은 극히 드물다. 여성전용 일시보호시설은 서울에 단 한 곳뿐이고, 서울과 인천, 대구, 부산 외에는 여성노숙인 자활시설이 하나도 설치되어 있지 않으며, 노숙인재활시설이나 요양시설은 남녀를 함께 보호하는 곳이 많아 안전상의 취약성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인프라가 취약하니 여성노숙인은 서비스에 접근하거나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훨씬 불리할 수밖에 없다. 거리노숙을 하게 되어 긴급한 잠자리가 필요한 여성이 자신이 있는 지역에서 서비스를 찾지 못해 두어시간 넘게 이동해 일시보호시설을 찾는 사례는 자주 있는 일이다.

노숙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의 배치 면에서도 여성의 특성은 특별한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시설의 직원은 보호 노숙인의 규모, 자활·재활·요양이라는 시설의 유형을 기준으로 지원될 뿐이다. 시설이 보호하고 지원하는 노숙인의 수가 적으면 그 시설 구성원이 정신건강 문제가 있어 전문적 돌봄과 서비스의 필요가 크더라도 정신건강 전문인력이 지원되지 않는다. 정신장애로 힘겨운 여성들과 동동거리며 함께해야 하는 실무자들에게 질적인 서비스란 버거움의 다른 이름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노숙인의 인권을 위한 맞춤형 정책의 시급성

2021년~2025년까지의 '제2차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에서 여성노숙인과 관련된 정책은 4개의 추진과제에 포함되어 있다. 이 과제들 중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것으로 정신건강문제가 있는 노숙인에게 제공하는 지원주택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서울시에 국한되긴 하지만, 지원주택 조례를 만들어 제도를 마련하고 SH의 지원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사회 주거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사례관리자를 지원하는 서비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아직 전국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지원주택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함으로써 예산과 자원을 투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것은 여성노숙인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추동할 것이다. 여성노숙인 생애 경험을 고려하여 긴급서비스와 긴급잠자리 등 여성 전용의 인프라를 확대해 나갈 필요도 크다. 길거리 잠자리를 피하려 이곳 저곳에 다급한 문의를 하는 여성들이 제때에 가까이에서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면 우리 사회가 시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있다 하기 힘들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3차 종합계획은 아직 공표되지 않았다. 여성노숙인의 긴급한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 여성노숙인을 보호하는 인프라를 보다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 여성노숙인의 심리, 정신적인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램과 전문 인력의 배치, 여성노숙인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자립을 촉진하는 데 힘을 주는 지원주택 서비스의 제도화와 확대 등이 담겨 있기를 바란다. 비록 건강의 취약성이 커서 일 기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그에 맞게 할 수 있는 일, 여성 맞춤형 일자리 대책도 더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합계획을 구현할 실질적인 예산의 투여일 것이다. 매번 비슷한 정책 개선안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여성노숙인의 특별한 상황에 대응하는 정책과 서비스의 변화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현실을 바꾸려면 소수로 치부되어 정책 지원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 출발은 여성의 특별한 상황을 고려하는 성 인지적 접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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