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꽃가루·일교차 등이 복합 자극…야간 기침·쌕쌕거림 땐 반드시 점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따뜻한 봄바람이 불면 호흡기는 더 바빠진다. 미세먼지와 황사, 꽃가루가 동시에 날리고, 아침저녁으로는 기온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기관지가 쉴 틈 없이 자극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시기 반복되는 기침을 대수롭지 않은 감기로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침이 오래가고 밤마다 심해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천식의 신호일 수 있어서다.
마침 오는 5월 5일(매년 5월 첫 번째 화요일)은 세계천식기구(GINA)가 정한 '세계 천식의 날'이다. 전문가들은 천식의 날을 맞아 봄철 호흡기 증상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보라고 권고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에 따르면 천식은 기관지에 만성 염증이 생겨 기도가 좁아지고, 외부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질환이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특정 환경에서 갑자기 숨이 차거나 기침이 쏟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봄철은 천식 환자에게 가장 까다로운 계절이다. 꽃가루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더해 미세먼지와 황사, 환절기 감염까지 겹치면서 기관지에 '복합 자극'이 가해지는 탓이다.
여기에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 같은 실내 요인까지 더해지면 염증 반응은 더욱 쉽게 유발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폐 기능이 서서히 떨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관리가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천식을 단순 감기나 폐렴과 혼동하곤 한다. 하지만 기침의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보통 감기는 1∼2주 안에 호전되며 콧물이나 인후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또 폐렴은 고열과 함께 누런 가래, 심한 호흡곤란이 특징이다.
반면 천식은 '반복적'이고 '발작적'인 기침이 핵심이다. 특히 낮보다는 밤이나 새벽에 증상이 심해지며,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운동을 한 뒤에 기침이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가 들린다면 천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밤마다 기침 때문에 잠이 깨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단순 감기로 보기 어렵다.
다만 증상만으로 천식을 단정할 수는 없다. 폐 기능 검사, 메타콜린 유발검사, 알레르기 검사 등을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초기에는 검사 결과가 정상처럼 보일 수도 있어 반복 평가가 중요하다.
강동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반가영 교수는 "오래 지속되는 기침은 천식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며 "객관적인 검사와 전문의 판단을 통해 정확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천식 관리의 성패가 개인마다 다른 '유발 요인'을 얼마나 잘 아느냐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꽃가루에 민감하다면 봄철 외출을 삼가고, 반려동물 알레르기가 있다면 철저한 환기와 청결한 침구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천식은 한 번에 뿌리 뽑는 완치의 개념보다는 평생 친구처럼 다스리며 사는 '조절'의 질환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약을 쓰는데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현재 치료법이 내 몸의 상태와 맞는지에 대해서도 재점검이 필요하다. 천식은 상태가 수시로 변하는 만큼 기도 염증 상태에 따라 약물의 종류나 용량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단계별 치료'가 필수적이다.
만약 특정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확인된 경우라면 단순히 증상을 누르는 것을 넘어 면역치료를 병행해 체질 자체를 개선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반가영 교수는 "천식은 환자마다 악화 요인이 천차만별"이라며 "본인에게 맞는 최적의 치료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속해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숨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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