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추워도, 비가 쏟아져도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면 더욱 반갑다. 충북 충주에는 지하 깊숙이 파고든 갱도 속에서 연중 12도의 서늘한 공기와 화려한 빛의 조형물이 공존하는 이색 공간이 있다. 바로 동양 최대 규모의 활석 광산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활옥동굴'이다.
1919년 개발을 시작해 약 100년 동안 채굴이 이어졌던 이곳은 지난 2019년, 어둠을 걷어내고 LED 조형물과 투명 카약 체험을 들여앉히며 역사와 볼거리가 뒤섞인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5월 2일부터 3일까지는 미션 수행 이벤트까지 준비되어 있어 봄나들이 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100년의 산업 유산이 빛나는 예술로
활옥동굴은 일반적인 관광지를 넘어 우리나라 근대 산업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이다. 과거 8000여 명의 광부가 활석과 백옥을 캐내던 현장에는 당시 사용했던 거대한 권양기가 그대로 보존되어 웅장함을 자아낸다. 권양기는 깊은 지하에서 채굴한 돌을 위로 끌어 올리는 커다란 기계인데, 그 크기만으로도 당시 광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또한 광부들이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갈 때 탔던 운반차 레일도 남아 있어 역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기분을 준다.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거친 암벽 위에는 전갈, 호랑이, 돌고래 등 여러 종류의 LED 네온 조형물이 설치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약 2.5km에 달하는 관람 구간을 걷다 보면 마치 미래 세계나 동화 속 지하 왕국을 탐험하는 듯한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구간마다 조형물의 주제가 바뀌어 지루할 틈이 없으며, 어두운 갱도를 화려하게 수놓은 빛 덕분에 동굴 안 어디서든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동굴 속 호수를 유영하는 ‘투명 카약’의 설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서는 단연 동굴 내부 호수에서 즐기는 투명 카약 체험이다. 갱도 깊은 곳에 고인 맑은 암반수 위로 2~3인용 카약을 타고 천천히 노를 저으며 지하 동굴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바닥이 투명하게 비치는 카약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발밑으로 은어와 황금 송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보여 아이들은 물론 연인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다.
지하 갱도 안에서 배를 탄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지만, 동굴 천장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물방울과 고요한 호수의 분위기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다만 카약 체험은 안전을 위해 하루 이용 인원을 정해두고 있으며, 오후 4시 이전에 발권이 끝난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마감이 빠르기 때문에, 이색적인 지하 항해를 꿈꾼다면 오전 일찍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고추냉이 농원부터 와인 저장고까지 이어지는 오감 만족
활옥동굴은 보는 즐거움을 넘어 입과 코까지 즐거워지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1년 내내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동굴의 특징을 살려, 온도 변화에 민감한 고추냉이를 기르는 농원이 동굴 안에 자리 잡고 있다. 흙 대신 물에서 자라는 고추냉이의 푸른 잎사귀는 회색 암벽과 대비되어 싱그러운 생동감을 준다. 또한 충주 사과로 정성껏 빚은 달콤한 와인을 보관하는 저장고에서는 와인이 익어가는 향긋한 냄새가 관람객을 반긴다.
서늘한 갱도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몸을 따뜻하게 녹여줄 공간도 나타난다. 원적외선이 나오는 황토 아궁이에 앉아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건강테라피존이다. 시원한 동굴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아궁이에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일상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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