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노동절下] ‘일하는 사람’의 권리 찾기…공휴일 지정 후 남겨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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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노동절下] ‘일하는 사람’의 권리 찾기…공휴일 지정 후 남겨진 과제

투데이신문 2026-05-01 23:55: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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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해 10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노동절(5월 1일)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휴일로 공식 지정됐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는 노동절 유급휴일이 ‘그림의 떡’이다.

노동절은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근로기준법상 유급휴일로 규정돼 있다. 다만 이 같은 보호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정된다. 이에 따라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법적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들 그리고 근로기준법보다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공무원노조법 등의 적용을 우선 받는 공무원·교원 등은 그동안 노동절 유급휴일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돼 공무원·교원을 포함한 전 국민이 쉴 수 있게 됐지만 정작 현실은 이와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 형태와 사업장 규모, 임금 수준에 따라 여전히 휴식할 권리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분명 ‘일하는 사람’이지만 법은 그를 온전히 노동자로 호명하지 않는다. 노동은 존재하지만 권리는 따라오지 않는 구조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월 2~8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규직은 75.8%가 노동절 유급휴무를 보장받은 반면 아르바이트·시간제는 43%, 프리랜서·특수고용 40.7%, 일용직은 40%에 불과했다. 즉, 정규직이 아닌 노동자 10명 중 6명가량은 노동절에도 유급휴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해당 비율이 41.7%에 머물렀다. 월 150만원 미만 노동자 중 노동절 유급휴무를 보장 받는 비율 역시 43.3%에 그쳤다.

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도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노동절 적용에 있어서조차 고용 형태와 사업장 규모에 따른 양극화가 확인된다”며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들이 ‘서울지역 3대 악덕사업주 퇴출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노동절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지난 4월 20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울본부 관계자들이 ‘서울지역 3대 악덕사업주 퇴출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노동절 관련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처럼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인 일부 노동자들에게는 달라진 점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절이 유급휴일로 보장되지 않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남의 잔치’에 불과한 현실이다.

특히 고용된 형태의 노동자에 속하지 않는 배달기사, 개인화물 운송 종사자, 학습지 교사와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등 약 1000만명으로 추정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 법령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다수는 최소한의 안전망조차 확보하지 못한 채 생계 유지를 위한 불안정한 노동에 내몰려 있는 실정이다. 형식상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업무 지시와 평가, 수입 구조에 있어 강한 종속성을 띠는 경우가 많아 기존의 ‘계약 형태 중심’ 판단 기준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5인 미만 사업장 역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제한되는 대표적인 사각지대로 꼽힌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고용 규모를 의도적으로 5인 미만으로 유지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연차유급휴가 보장도 제한적이며 부당해고에 대한 보호 역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노동절에 근무하더라도 법정 가산수당을 받지 못하거나 휴일 보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정의를 확대해 모든 노동자에게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고용형태와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달리 취급하는 차별이 철폐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6일 ‘노동절 기념 노동법 밖 노동자 설문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법을 적용하는 것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며 “사용자들이 5인 미만, 15시간 미만, 1년 미만 쪼개기 계약으로 착취하지 못하게 연차, 퇴직금, 유급 공휴일 등 노동법상 권리를 N분의 1로 주면 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지난달 16일 성명을 내고 “고용형태와 사업장 규모를 이유로 노동자의 권리를 달리 취급하는 이러한 차별을 해소하고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해 모든 노동자가 동등하게 보호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3월 31일 논평을 통해 “공휴일 지정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권리로 작동하려면 적용 사각지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갑질 119 온라인노조가 지난 4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절 기념 노동법 밖 노동자 설문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직장갑질 119 온라인노조가 지난 4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노동절 기념 노동법 밖 노동자 설문 결과 발표 및 증언대회’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현행 법체계는 계약 형태를 기준으로 근로자 여부를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이 확산되면서 실질적으로 종속된 노동임에도 ‘개인사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노동계는 노동자성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경영계는 기준 완화가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근로기준법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과 ‘노동자 추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사업장 규모나 고용 형태와 무관하게 타인의 사업을 위해 보수를 받고 일하는 경우 노동자로서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노동자 추정제는 노동관계법상 분쟁이 발생했을 때 해당 종사자를 우선 노동자로 간주하도록 하는 내용을 근로기준법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이러한 방안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경우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에 그쳐 실질적인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노동자 추정제 역시 분쟁이 발생한 이후에만 적용된다는 점에서 사전적 권리 보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더 나아가 이 같은 제도가 오히려 차별을 부추길 수도 있다고도 우려하고 있다.

직장갑질119 박성우 노무사는 본보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형식상 프리랜서 등은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지 않아 노동절 유급휴일 적용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더라도 일부는 휴일근로수당 등 특정 제도의 적용을 받지 못해 노동절에 쉬거나 일할 경우에도 권리 보장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필요한 건 이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석 범위를 확대하거나 그 근거가 되는 법률 자체를 개정하는 방안”이라며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가 불명확한 이들까지 일부 보호를 확대한다는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이들을 ‘비근로자’로 고착화해 차별을 구조적으로 명확히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절 역시 유급휴일로 보장되지 않으며 별도의 협약이 없는 한 제도적 보호를 받기 어렵다”며 “다만 최근 화물연대 사례 등을 계기로 집단적 교섭의 가능성이 일부 열렸고 이를 통해 협약 방식으로 권리를 확보할 여지가 생겼다”고 짚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는 대신 직장 내 괴롭힘, 최저임금 등 일부 권리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우회적 방식에 가깝다”면서도 “노동자 추정제가 함께 도입될 경우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노동절이 선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누가 노동자인가’라는 기준부터 재정의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의 형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권리의 기준 역시 그 변화에 맞춰 확장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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