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소재 등장, 결정사 호황…조건부터 따지는 결혼·연애 세태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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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소재 등장, 결정사 호황…조건부터 따지는 결혼·연애 세태 민낯

르데스크 2026-05-01 19:40: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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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연봉이나 나이, 직업 등 각종 조건을 먼저 고려한 후 이성을 만나는 이른바 '선(先)조건 후(後)만남' 문화가 거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혼정보회사(이하 결정사)가 역대급 호황을 누리는가 하면 관련 내용이 개그 소재로까지 활용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게 대다수 청년들의 반응이다. 다만 기성세대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라는 부분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과도할 경우 무한한 사랑과 이해를 전제로 한 가족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간낭비 싫다" 효율·합리 따지는 요즘 청년들의 이성만남 공식 '선(先)조건 후(後)만남'

 

최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SNS 플랫폼에는 청년세대의 이성만남(이하 소개팅) 문화를 소재로 한 영상 콘텐츠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웃음 유발이 목적인 해당 콘텐츠들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다소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현실만큼은 제대로 고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유명 개그맨들이 운영하는 한 채널에 올라온 '30대 소개팅 현실'이라는 콘텐츠는 30대의 남녀의 소개팅 장면을 재현하고 있는데 장면 마다 오가는 대사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소름 끼칠 정도로 현실적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연봉, 직종, 자산 등 객관적 조건을 우선 검증한 뒤 교제를 결정하는 이른바 '선(先)조건 후(後)만남' 방식이 새로운 연애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한강공원에서 데이트 중인 한 커플. [사진=연합뉴스]

 

해당 콘텐츠에서 첫 장면은 "저희가 30대니까 나이도 많은데 시간낭비 하고 싶지 않다"는 대사로 시작된다. 이후 직업과 연봉, 몸무게, 성형수술, 데이트비용 지불 방식, 흡연 여부, 가족관계, 자산규모 등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금기시 돼왔던 질문들을 쏟아내고 또 아무렇지 않게 답변한다. 마지막 장면에선 "조건 다 봤으면 이제 선택할까요"라고 묻고 서로 만나기로 결정한다. 해당 콘텐츠는 웃음 유발이다 보니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장면이 여럿 등장하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당초 목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재밌다'는 반응 보단 '공감된다'는 반응을 더욱 많은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콘텐츠의 댓글 창에는 "과장된 거지만 팩트이긴 하다" "실제 소개팅에선 저걸 2시간 빙빙 돌려서 하는데 차라리 저렇게 2분만에 끝나는 게 시간이 덜 아까워 보인다" "요즘 말만 돌려서 하지 실제로 30대 소개팅 나가면 다 저러고 있다. 현실반영 잘 했다" "30대부터 만나는 것은 좋게 포장해서 연애결혼이지, 들여다보면 조건만남이야" 등 공감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르데스크가 실제로 만난 청년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콘텐츠 또는 유사한 내용의 콘텐츠를 봤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대형서점에서 만난 직장인 이성준 씨(32·남·가명)는 "그 영상 봤다"며 "약간 오버해서 연기한 장면이 있긴 했지만 현실고증 만큼은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댓글도 봤는데 진짜 공감되는 글들이 많았다"며 "실제로 30대 들어 소개팅을 몇 번 나가봤는데 직업, 연봉, 학교, 부모님 직업 등을 서로 알기 위해 간접적인 질문들을 엄청 하고 나 또한 그랬다"고 덧붙였다.

 

▲ 최근 늘어나고 있는 결혼정보업체들과 이들의 가파른 실적 상승세 역시 청년층의 '선(先)조건 후(後)만남' 문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로 분석된다. 사진은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사내 결혼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유승아 씨(29·여·가명)는 "요즘 인스타(그램)나 유튜브 등에 그런 비슷한 내용의 영상이 많다"며 "대부분 비슷한 내용인데 볼 때 마다 현실고증이 너무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짜 요즘 주변만 봐도 누가 소개팅 나갔다고 하면 직업, 연봉, 키 등과 같은 조건부터 물어 본다"며 "친할 때는 술술 대답해주기도 하는데 결국 서로 소개팅 자리에서 다 소통했다는 이야기 아니냐. 나도 그렇고 대부분 소개팅에서 서로 조건을 공유한 후에 더 만날 지 말지를 고민 한다"고 부연했다.

 

과거와 딴판인 결정사 인식 "편리하게 조건 확인"…전문가들 "가족 의미 퇴색 우려"

 

최근 우후죽순 늘고 있는 결정사들과 이들의 실적 고공행진도 요즘 세대의 '선조건 후만남' 문화를 대변하는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과거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국내 결혼상담소는 1974개소에 달했다. 5년 전(1610개소) 대비 22.6% 늘어난 수준이다. 관련 기업들의 매출도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일례로 업계 1위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매출액은 2020년 281억원에서 2024년 454억원으로 60% 가량 증가했다.

 

과거와는 눈에 띄게 달라진 결정사에 대한 인식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효율을 중시하는 요즘 청년세대는 결정사에 대해 시간을 아껴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연결혼정보가 지난 1월 발표한 '2026 연애·결혼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정사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 비중은 20.9%에 불과했다. 결정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결혼에 의향이 있는 사람들과의 진지한 만남 가능(29.5%) △원하는 기준에 맞춘 이성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26.6%) △이성과의 만남 기회를 넓힐 수 있다(16.8%) △전문가의 조언 및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14.5%) △연애·결혼 과정에서 시간과 감정 소비를 줄일 수 있다(12.7%) 등의 순이었다.

 

▲ 전문가들은 조건 중심의 만남이 고착화될 경우 가족의 본질적인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결혼정보회사 듀오 본사. [사진=연합뉴스]

 

주목되는 점은 결정사 가입의 필수 조건이 바로 정보 공개라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결정사들은 회원 가입 단계에서 단순히 나이와 직업, 이상형뿐 아니라 연봉, 형제관계, 개인 및 부모의 자산 규모, 종교 등 다소 민감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얼마 전 '듀오 해킹 사태' 당시 유출된 개인정보가 이름,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암호화), 성별, 이메일주소, 휴대폰번호, 본인주소, 신장, 체중, 혈액형, 종교, 취미, 혼인경력(초혼/재혼), 형제관계, 장남/장녀 여부, 학교명, 전공, 입학년도, 졸업년도, 학교소재지, 입사년월, 직장명 등인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결국 결정사를 이용하면 큰 수고로움 없이 이런 민감한 정보를 상대방을 만나기 이전에 미리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젊은층들 사이에서 거의 당연시되다 시피 한 '선(先)조건 후(後)만남'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것은 맞지만 조건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인식을 갖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러한 조건만능주의 인식이 무한한 사랑과 이해를 전제로 한 가족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나아가 가족의 해체를 가볍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청년 세대는 연애와 결혼을 시간과 돈 등 막대한 자원이 투입되는 또 다른 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실패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과거에 비해 사전 검증 작업이 더욱 철저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경향은 시간과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려는 합리적인 소비 행태의 일환이긴 하지만 연애 상대를 규격화된 조건으로만 필터링할 경우 정작 관계의 핵심인 정서적 유대와 상호 헌신이라는 무형의 가치는 시장 논리에 밀려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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