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를 특별하게 만드는 칵테일 페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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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끼를 특별하게 만드는 칵테일 페어링

에스콰이어 2026-05-01 19:00:00 신고

식상하지 않게 미나리와 호지차를 한 잔의 술과 함께 즐기는 방법
  • 미나리와 삼겹살이라는 궁합에 항상 소주만이 정답은 아니다
  • 호지차의 맛과 향을 칵테일로 즐길 수 있는 팁
  • 아무리 야근이 나를 괴롭힌다 해도, 짧은 계절을 즐기기 위한 한 끼는 가능하다

“안녕하세요, 이번 주제는 미나리, 호지차, 푸드 페어링입니다.”


덜컥 겁이 났다. 본업으로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의 가장 큰 캠페인을 목전에 두고 있었고, 제대로 된 음식을 요리해 먹기는커녕 하루 한 끼 대충 때우기도 힘든 요즘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지차는 요즘 가장 트렌디한 차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아직은 생소한 식재료였다. 나름 명색이 주류 브랜드 매니저로 근무중인데, 이왕 하겠다고 하고 나선 마당에 슬그머니 꼬리를 말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영화 ‘미나리’, 2021)


미나리를 자주 검색하다 보니, SNS 알고리즘에 우연히 뜬 말이다. 2021년 개봉했던 영화, ‘미나리’의 한 대사였는데, 언제 어디서든 적응을 잘 하고 잘 자라는 미나리, 그리고 한민족의 성격을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한 문장이었다.


그래, 아무리 바쁘고 일이 많다 하더라도 맡은 바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만약 내가 요리를 할 시간이 없고 제대로 된 한 끼를 할 시간이 없다면, 그걸 솔직담백하게 담아내면 되지 않을까. 감사한 것은, 대한민국은 정말 거의 모든 음식이 배달이 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는 중에도, 늦은 퇴근 후 혼자 집에서 밥을 먹을 때에도 언제든지 싱싱한 미나리를 곁들인 한 끼를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사는 덕분에, 이 글을 쓸 수 있었다.

향긋한 미나리와 고소한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깔끔한 페어링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향긋한 미나리와 고소한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깔끔한 페어링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향긋한 미나리와 고소한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깔끔한 페어링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향긋한 미나리와 고소한 돼지고기가 어우러진 깔끔한 페어링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미나리는 대한민국 자생 식물로, 우리 민족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채소이다. 『동의보감』에는 미나리가 그 성질이 차갑고 맛이 달고 독이 없으며, 특히 이뇨 작용을 도와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간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유익하다고 한다.


계속되는 야근 속에 지치는 현대인들에게 이만큼 혹하는 표현이 있을까. 직장인이 가장 지치는 목요일 저녁, 야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배달 앱을 켜고 오늘의 일용할 양식으로 물 맑은 청도 미나리를 곁들인 삼겹살 정식, 그리고 한국인의 소울 푸드 청국장을 시켰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퇴근했는데, 그래도 한 잔 곁들일 수 있는 여유가 빠질 수 없다. 미나리는 특유의 시원하고 맑은 향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휘발유 향과 같이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나리의 향을 좋아하는 편이라, 비슷하게 맑은 풀 향과 달큰함이 돋보이는 데킬라와의 궁합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데킬라의 경우, 아직은 한국인들이 샷으로 즐기는 술이라는 편견을 갖고 있기 쉬운데, 천천히 음식과 함께 페어링하여 마신다면 입 안에서 알싸한 향을 더해주며 돼지고기의 기름진 맛을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준다.


1) 싱싱한 미나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돼지고기의 기름진 느끼함을 잘 잡아준다.

2) 삼겹살과 함께 미나리를 구워 먹는 경우도 많지만, 미나리 특유의 향긋함을 즐기기 위함이라면 싱싱한 채로 페어링하는 것도 좋다.



호지차의 구수한 향과 단정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한 잔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호지차의 구수한 향과 단정한 비주얼이 돋보이는 한 잔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한 끼 든든하게 먹고 나니, 이대로 오늘 하루를 그대로 마무리하기가 너무 아쉽다. 내일은 금요일이니까 딱 한 잔만 더 마셔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자주가는 칵테일 바, 카브론(CABRON)으로 향했다.


한남동에 위치한 데킬라 & 메즈칼 전문 칵테일 바 카브론은 다양한 데킬라와 메즈칼을 구비한 것으로 유명한데, 자체 시그니처 칵테일뿐 아니라 서울의 다양한 칵테일 바와 함께 협업하여 만든 칵테일 메뉴 또한 숨겨진 보물이다. 특히 다양한 타코와 멕시칸 음식도 발군인 바이지만, 오늘은 가볍게 칵테일 한 잔만 하기로 한다.


특히 오늘은 데킬라에 호지차를 충분히 우려내어 그 특유의 고소한 향을 담아낸 후,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리큐르 캄파리와 한국의 참외와 배등의 원료를 사용한 호지차 펀치(HOJICHA PUNCH)를 하루의 마지막으로 마무리해 보고자 한다. 이 호지차 펀치는 청담동에 위치한 바 티센트(Tea Scent)와의 협업을 통해 만든 칵테일이기도 하다.


주문한 칵테일은 화려하기보다는 정갈한 모습이다. 한 잔의 녹차와 같은 맑은 황금색과 가니시로 띄운 한련화 잎은 사뭇 사찰에서 나올법한 모습이다. 한련화는 ‘애국’, ‘승리’라는 꽃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하늘하늘하고 이쁜 꽃인데, 가니시로 띄운 잎사귀는 마치 작은 연잎과 같은 모양새다.


한 모금 입에 머금자, 시원한 참외와 배 향이 쌉싸름한 캄파리 향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호지차의 고소함이 그 뒤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낼 즈음에, 달콤한 코코넛 향이 코를 부드럽게 간질이는 재미있는 칵테일이다. 그 맛이 부드럽고 달콤하여 순식간에 마시기 쉬운 칵테일이지만, 의외로 알코올 도수는 19도로 가볍게만은 볼 수 없는 칵테일이기도 하다. (한 잔으로는 아쉬워서 두 잔을 연이어 마셔서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


작은 연잎을 띄운 듯 정갈한 모습의 호지차 펀치

볶은 차의 깊은 향과 산뜻한 끝맛이 매력적인 칵테일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볶은 차의 깊은 향과 산뜻한 끝맛이 매력적인 칵테일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한 잔 더 시킨 호지차 펀치, 그리고 에스프레소 마티니


두 잔의 호지차 펀치를 마신 후, 마지막 잔으로는 달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 마티니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카브론의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JALISCO ESPRESSO로 이름이 약간 다른데, 데킬라의 원산지인 맥시코 서부의 할리스코(JALISCO) 주에서 그 이름을 차용하였다.


일반적인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깔끔한 보드카를 기주로 사용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카브론의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데킬라, 특히 오크통에서의 숙성 과정을 거친 레포사도 데킬라를 사용하여 살짝 스치는 오크의 향과 은은한 달콤함이 특징적이다.



글을 마치며

내일은 한 주의 마지막인 금요일이다. 바에서 나서는 길에 코끝에 살짝 스치는 바람이 아직은 봄이라는 듯 살짝 서늘하고 다시 또 내일 아침은 출근하여 정신없이 일을 하겠지만, 이런 망중한을 잠시나마 즐기는 것 또한 나의 삶을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순간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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