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본 갭투자로 빌라를 매수한 50대 임대사업자 2명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세입자 3명의 보증금 총 1억 5500만 원을 떼먹은 혐의로 징역형까지 선고받았던 빌라 임대사업자들이 항소심에서 전원 무죄를 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7부(부장판사 임주혁)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50대)씨와 B(여·50대)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은 2017년 부산 동구의 한 빌라를 6억 5000만 원에 매수하며 임대 사업을 시작했다.
문제는 자금 구조였다. 실제 자본금은 1억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담보 대출과 임대차 보증금 채무로 채웠다. 이른바 소자본 갭투자 방식이었다.
이후 자금 사정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별다른 자산이나 소득 없이 월세 수입만으로는 대출 원리금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카드론까지 손을 뻗게 됐다. 결국 2020~2022년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 3명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단 하나였다. 이들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가로챌 고의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A씨와 B씨는 계약 당시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예상치 못한 자금 사정 악화와 낮은 경매 낙찰 가액 때문에 일부를 갚지 못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1심인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자본 갭투자로 부동산을 매수한 점, 여러 채무를 변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점, 다른 임차인들의 보증금을 돌려막기 방식으로 반환해 온 점 등을 종합해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징역 1년을, B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점은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두 가지 사정이 결정적이었다. 부동산에 설정된 저당이나 채무를 임차인들에게 미리 설명한 점, 그리고 장기간에 걸쳐 대다수 임차인의 보증금을 문제없이 반환해 온 사실이었다. 항소심은 이러한 사정들을 근거로 원심을 파기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임대차 보증금 미반환이 곧바로 형사 사기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형사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돈을 돌려주지 못한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 당시부터 상대방을 속이려 했다는 고의가 입증돼야 한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채무 현황을 미리 알렸고 다수의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삼았다.
임대차 계약 시 집주인이 저당권이나 채무 현황을 사전에 고지했는지 여부는 이후 분쟁이 발생할 경우 형사책임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계약 전 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하고, 임대인이 구두로라도 채무 내용을 설명한 경우 이를 별도로 기록해 두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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