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저널코리아 오형석 기자 |서울 강남 청담동에서 한국 극사실주의와 초현실 회화의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고 있다. 청담보자르갤러리(관장 허성미)는 지난 4월 25일부터 오는 5월 30일까지 《Four Illusions 한국 미술 4개의 시선: 고주만태展》을 개최하고, 한국 리얼리티 회화의 선구자인 고영훈, 이석주, 한만영, 주태석의 작품 세계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리얼리티’라는 공통의 기반 위에서 각기 다른 미학적 방향으로 확장된 회화의 가능성을 조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단순한 사실 재현을 넘어 존재의 본질과 시간성, 기억과 감각의 층위를 탐구해온 네 작가의 작업은 한국 현대회화의 심층을 드러내며, 동시대 미술이 지향하는 사유의 방향을 제시한다.
고영훈은 한국 극사실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로, ‘달항아리’ 연작을 통해 사물의 본질과 시간성을 탐구해왔다. 그는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 참여를 시작으로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2024년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 단독관 전시에 초청되며 세계적 위상을 입증했다. 그의 회화는 극도로 정교한 묘사 속에 정신성과 사유를 응축시키며, 한국적 미감과 서양 극사실주의 기법이 결합된 ‘명상적 회화’로 평가된다.
이석주는 사실적 묘사 위에 초현실적 구성을 더해 독창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책, 시계, 의자, 말 등 다양한 오브제를 교차시키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작업은 ‘사유의 공간’을 형성한다. 시간의 층위가 중첩된 화면은 관람자를 심리적 풍경으로 이끌며, 깊은 서정성과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만영은 동서양 고전 이미지와 일상의 오브제를 병치하는 ‘시간의 복제’ 시리즈를 통해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시간의 축적과 기억의 층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복합적 서사 구조를 형성한다. 서로 다른 시대의 이미지가 한 화면에서 공존하는 방식은 회화의 역사성과 동시대성을 동시에 드러낸다.
주태석은 자연, 특히 나무를 중심으로 색채와 빛의 관계를 탐구하는 회화를 선보인다. 단색에 가까운 색면과 사실적 묘사가 결합된 화면은 자연의 본질을 단순화하면서도 강렬한 조형성을 드러낸다. 색채 대비와 빛의 흐름을 통해 구축된 그의 풍경은 현실을 넘어선 감각적 공간으로 확장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이번 전시는 한국 리얼리티 회화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어떻게 철학적 사유와 감각적 확장으로 발전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네 작가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향성을 지니면서도 ‘현실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공유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와 다양성을 입증한다.
한편 청담보자르갤러리 허성미 관장은 “오랜 시간 축적된 회화적 성취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또 다른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라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네 작가의 작품이 관람객에게 깊이 있는 미적 경험과 사유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되며,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극사실주의와 초현실 회화의 현재를 조망할 수 있는 자리로, 회화의 본질과 가능성을 다시 묻는 의미 있는 기획으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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