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사건, 다른 시대성…'허수아비' vs '시그널'·'살인의 추억'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동일 사건, 다른 시대성…'허수아비' vs '시그널'·'살인의 추억'

바자 2026-04-30 16:40:52 신고

3줄요약

대한민국 범죄사의 가장 뼈아픈 기록이었던 화성 일대 연쇄살인 사건은 2019년 진범 이춘재의 자백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 사회에 거대한 부채감과 공포를 남긴 채 미제로 머물러 있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이 비극을 모티프 삼아 시대의 한(恨)을 쏟아냈으나, 사건의 실체가 온전히 드러난 지금 제작되는 작품들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지향점을 향해 나아간다.



미제의 공포와 범인을 향한 분노, 〈살인의 추억〉 & 〈시그널〉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

과거의 작품들은 '잡히지 않는 악마'에 대한 공포와 무력감, 그리고 범인을 향한 처절한 외침을 담았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은 잊혀가던 사건을 전 국민의 기억 속에 각인시킨 결정적인 계기였다. 영화의 라스트 씬, 화면 너머 관객석 어딘가에 앉아 있을 범인을 꿰뚫어 보는 듯한 박두만(송강호)의 시선은 시대의 한(恨)을 담은 가장 강렬한 프레임으로 남았다.

tvN 드라마 〈시그널〉 스틸
tvN 드라마 〈시그널〉 스틸

tvN 드라마 〈시그널〉(2016) 역시 장기 미제 사건의 울분을 무전기라는 판타지적 설정으로 풀어내며 대중의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당시에는 범인의 실체를 알 수 없었기에, 극 중 범인이 사고로 살인을 중단했다는 가상의 설정을 차용하는 등 '그는 왜 멈췄는가'에 대한 사회적 갈증을 시나리오적 상상력으로 채워 넣어야만 했다.



〈허수아비〉, 진실의 시대가 말하는 것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는 결이 다르다. 진범이 특정된 이후 제작된 이 작품은 ‘누가 범인인가’라는 의문부호 대신, ‘그 시간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마침표를 향해 나아간다. 1988년의 치열했던 수사와 2019년 현재, 형사 강태주(박해수)와 진범 이용우의 일대일 대면을 교차 배치한 구성은 이 작품이 장르적 쾌감을 쫓는 수사물을 탈피해 하나의 준엄한 ‘기록’으로서 존재함을 증명한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특히 〈허수아비〉는 범인의 악마성에만 천착하지 않는다. 남겨진 피해자 유가족들의 부서진 삶과 그들이 견뎌온 긴 세월을 담아내며, 비로소 진범을 마주하게 된 이들의 응어리를 어루만진다. “드디어 만났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나의 살인자”라는 강태주의 대사는 30년 세월을 관통한 집념의 종착지이자, 이 시대가 비로소 내뱉을 수 있게 된 고통스러운 승전보와 같다.



2025년의 여름, 1988년의 '강성'을 복원하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작품의 묵직한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것은 지독할 정도로 사실적인 리얼리티다. 박준우 감독은 1988년의 시대적 공기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전면 ‘올 로케이션’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제작진은 2025년의 뜨거웠던 여름 내내 전국을 뒤지며 전남 해남의 낡은 가옥부터 청양, 군산의 오래된 거리까지 80년대의 정취가 박제된 장소들을 찾아냈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벼가 자라는 시기까지 계산해 담아낸 전국 각지의 논밭과 미술팀의 공력이 들어간 소품들은 시청자를 단숨에 30여 년 전 그 서늘한 사건 현장으로 소환한다. 이 지독한 고증은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시대의 아픔에 대한 제작진의 예우이기도 하다.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스틸

{ 진실이 밝혀진 시대, 〈허수아비〉는 말한다. 범인은 잡혔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서사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고. }

관련기사

Copyright ⓒ 바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