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에서 바다와 오름만 찾다 보면 정작 땅속에 뭐가 있는지는 지나치기 쉽다. 제주시 한림읍 한림공원 안에는 세계가 공식적으로 희귀하다고 인정한 동굴 두 곳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바로 쌍용굴과 협재굴이다. 이 두 동굴은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에서나 볼 수 있는 생성물을 함께 품고 있는 복합동굴로, 지구 전체를 통틀어 이런 구조를 가진 곳이 손에 꼽힌다. 유고슬라비아의 해중동굴, 페루의 동굴과 함께 세계 3대 불가사의 동굴로 거론돼 온 곳이 바로 여기다.
두 동굴이 처음 만들어진 건 약 250만 년 전이다. 당시 한라산 일대에서 화산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양의 용암이 흘러내렸고, 표면부터 식으면서 굳는 동안 내부의 용암은 계속 흘러나갔다. 그 과정에서 긴 터널 형태의 빈 공간이 만들어졌는데, 그게 지금의 용암동굴이다.
수만 년 걸려 완성된 석주 형성 과정
용암동굴과 석회동굴은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다르다. 용암동굴은 화산 활동이 남긴 결과다. 뜨거운 용암이 흐르다 식으면서 내부에 빈 공간이 생기고, 그 통로가 그대로 동굴 형태로 남는다.
반면 석회동굴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형성된다. 탄산칼슘이 많은 석회암 지대에 빗물이 스며든다. 이 물은 약한 산성을 띠면서 암반을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녹인다. 그 과정이 반복되며 내부 공간이 점점 넓어지고 동굴 구조가 만들어진다.
한림 동굴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는 동굴 위쪽 지반에 패사층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패사층은 모래와 조개껍질이 오랜 시간 쌓여 굳어진 지층이다. 탄산칼슘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상태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이 층을 지나면서 석회 성분을 녹인다. 이 물이 동굴 안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흐르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내부 환경도 조금씩 달라진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는 녹아 있던 성분이 남아 있다. 이 성분이 한 방울씩 굳으면서 아래로 길게 이어지면 종유석이 된다. 바닥에 떨어진 물방울은 같은 방식으로 쌓이며 위로 자라 석순으로 이어진다.
원래 하나의 동굴이었다가 두 개로 갈라진 이유
쌍용굴과 협재굴은 지금은 별개 공간처럼 운영되지만 원래는 하나로 이어진 동굴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일부 구간이 오랜 세월에 걸쳐 함몰되면서 중간이 끊기고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쌍용굴의 제2입구와 협재굴의 끝 지점이 가까이 맞닿아 있어 두 동굴을 이어서 걷는 동선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쌍용굴은 길이 400m, 너비 6m, 높이 3m 규모다. 내부에서 통로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구간이 있는데, 용 두 마리가 각자 빠져나간 자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쌍용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협재굴은 길이 100m로 쌍용굴보다 짧지만 너비 12m, 높이 6m로 훨씬 넓어 안으로 들어섰을 때 탁 트이는 공간감이 다르다.
동굴 내부는 연중 17~18도를 유지한다. 용암동굴 특성상 외부 기온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일정한 온도가 지속되는데, 이는 두꺼운 암반층이 외부와 내부를 단열재처럼 차단하기 때문이다. 한여름 제주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에는 동굴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15도 안팎의 온도 차이가 피부로 느껴진다. 반대로 겨울에는 바깥이 영하로 떨어져도 동굴 안은 여전히 17도 수준을 유지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진다.
탐방 전에 알아두면 달라지는 것들
동굴 안은 전체적으로 조명이 설치돼 있지만 자연 채광이 없어 어두운 편이다. 바닥이 고르지 않은 구간도 있어 굽 높은 신발이나 미끄럽기 쉬운 슬리퍼류보다는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가 낫다. 여름에는 외부와 온도 차가 크기 때문에 얇은 긴 소매 옷 한 벌 정도는 가방에 넣어두는 게 좋다. 동굴 내부는 습도도 높은 편이라 카메라나 전자기기를 들고 들어갈 경우 렌즈에 습기가 맺히는 경우가 있다.
쌍용굴과 협재굴은 한림공원 내에 있어 한림공원 통합 입장권으로 관람한다. 입장료는 일반 1만5000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9000원이며 제주 도민 성인은 1만1000원이 적용된다. 한림공원 전용 주차장이 운영되고 있어 자가용으로 방문할 수 있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제주시 방향에서 서회선일주도로를 경유하는 직행 또는 완행버스를 타고 한림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협재해수욕장과의 거리가 동쪽으로 200m 남짓이어서 동굴 탐방과 해수욕을 하루 코스로 묶는 방문객이 많다. 여름 성수기에는 오전 일찍 동굴을 먼저 돌고 해변으로 이동하는 순서가 대기 없이 움직이기 좋다. 방문 전에는 한림공원 공식 채널을 통해 운영 시간과 기상 상황을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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