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윤건호 작가] 무엇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나를 안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약속한 건 다 했다.
우리는 잘 먹고 잘 입었다.
여행도 잘 다녔다.
나는 무용 레슨과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그는 나를 데리고 스케이트장에 갔다.
_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아버지에 대한 한마디) 중’
나는 어릴적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내가 그림을 그릴때면 같은 학급의 친구들이 다가왔다. 나의 만화를 빌려가고 돌려가며 읽었고 내게 응원을 해줬다.
-나는 격려를 가졌다.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나를 따르기도 했다, 나와 그룹을 이뤄 그림을 그리고 릴레이 만화를 그리고 후배들에게 제각기의 노하우를 공유했다.
-나는 관심을 가졌다.
동생과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고 서로가 그린 그림으로 게임도 하며 놀았다.
-나는 우애를 가졌다.
“녹색탁자에 손을 올린 여자”, “책을 보는 여자”, “빨간 풍선다발을 든 여자”… 여느 회화들의 제목처럼 마이라 칼만의 그림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참 시시콜콜하다.” 그래, 시시콜콜하게 별거 없는 제목과 일상적인 장면들이다.
미술에는 왜 이렇게 평범한 장면들을 담은 그림들이 많을까, 나는 의문점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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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그는 뭘 가지고 있었나?
가족을 잃은 비통함.
어쩌면 그 비통함이 그를
이상하고 부조리한 세계로 이끌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방탕했다. 많이.
그는 점점 더 멀어졌다.
의심이 많아졌고, 화가 났고, 상처를 받았다.
_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아버지에 대한 한마디) 중’
머지않아 눈치챘다, 그 평범한 장면과 시시콜콜한 제목들은 “참 가진 게 많은” 것들이었다는 걸.
학우들의 격려를 가졌을 때,
친구들의 관심을 가졌을 때,
동생과의 우애를 가졌을 때,
그런 장면들이 담긴 한폭이 내뿜는 아름다움이란,
그 시시콜콜한 일상이 지닌 특별함을 잔잔하게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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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엇을 가지지 못했나? 말하려니 슬프지만,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나의 사랑과 이해였다.
_마이라 칼만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아버지에 대한 한마디) 중’
마이라는 시시콜콜한 것들을 가졌다.
산책길 강아지들과의 눈맞춤을 가졌고 차 한잔과 친구와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을 가졌던 아버지 페사흐를 가졌고 그가 가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슬픔을 가졌다.
마이라가 가진 아름다움이 얼마나 많은지 감도 안잡혔다.
나 역시 많은 것들을 가졌다 그리고,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나의 시시콜콜함은 아름다움을 가질거다.
그러니 당신은 무엇을 가지고 있나,
그리고 무엇을 가지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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