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2억 안팎 초고가 두 단지, 골프·농구 등 대항전
참신한 교류 평가도 있지만…'사회적 계급화' 씁쓸한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서울 강남 초고가 아파트 단지들이 자체 스포츠 교류전을 추진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역 주민 친선 도모를 위한 참신한 행사라는 평가와 함께 아파트가 사회적 지위가 된 현실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씁쓸한 분석도 뒤따른다.
3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는 전날 입주민 공지를 통해 "다음 달 16일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와 스포츠 교류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두 단지는 스크린골프와 탁구, 농구 종목을 두고 겨루기로 했다.
스크린골프는 선착순으로 참가자를 지원받고, 탁구와 농구는 아파트 내 동호회와 국가대표 출신이 운영하는 농구 교실 멤버들이 선수로 뛴다.
교류전은 메이플자이 커뮤니티 시설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골프연습장은 물론 실내 농구장도 갖추고 있다.
교류전 공지는 전날 원베일리 입주자 단체 대화방에도 공유됐으며, 일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라와 높은 관심을 부르고 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부동산계의 연고전 아니냐", "원메전(원베일리-메이플자이 교류전)이라 불러야 하느냐"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이번 교류전이 주목받는 것은 두 단지가 국내 부동산 시장의 명실상부한 '대장주'라서다.
반포 경남아파트 등을 재건축해 2023년 입주한 원베일리는 전용면적 84㎡ 최고가가 72억원에 달한다.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메이플자이의 경우 지난해 입주한 최신상 아파트로 같은 면적이 최고 56억원에 거래됐다.
'평당 2억원' 안팎 초고가 단지 주민들의 교류를 놓고 참신한 지역사회 행사라는 반응도 있지만, '아파트 공화국'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시각 역시 엇갈린다.
함인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에서 아파트는 사회적 지위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며 "지위가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들끼리 정서적 유대를 쌓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원베일리는 2023년 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원베일리결혼정보회'(원결회)라는 중매 모임을 결성하고 소유자·거주자로 가입을 제한하기도 했다.
현재는 일대 주민까지로 대상을 넓혔지만, 고가 자산을 보유한 이들이 사회적 계층을 고착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그들만의 리그'에 끼지 못한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의 아파트 문화를 연구해온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공동체는 시민 전체에게 호혜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열려 있어야 한다"며 "재산권 중심의 결사체가 나타나는 사회 구조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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