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와 미스터리, 스릴러까지 한국 장르소설의 전방위를 아우르며 활동한 전건우의 신작 장편소설 『흉담』이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겪은 일련의 사건을 메타적으로 소설화하여 더욱 강렬한 공포와 긴장감 속으로 독자들을 몰아넣는다.
『흉담』은 불가사의한 저주인 ‘흉담’을 둘러싼 사투를 그린 호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작품을 쓰시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믿기 힘드실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제가 ‘흉담’을 들었습니다. 네, 저주가 담긴 해치는 말을 들은 거죠. 그게 벌써 꽤 오래 전의 일입니다. 당시에는 너무 당황했고, 또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여러 일을 겪는 바람에 소설로 풀어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흉담의 그림자가 옅어졌다고 생각하게 된 무렵부터 이걸 가지고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저주를 퍼뜨릴 생각 같은 건 조금도 없었고, 단지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에서 이 소재가 아주 특별한 위치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괴담을 접할 때 “이건 진짜 있었던 일인데……”라고 시작하는 이야기에 유독 집중하게 되고 감정 이입을 하게 되죠. 그런 점에서 전 『흉담』이라는 이 소설 자체를 그런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건 진짜 경험한 일이라고 선언하면서 들어가면 독자들이 느끼는 재미도 더 커질 거라고 생각했죠. 어디까지나 한 편의 재미있는 괴담으로 이 이야기를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작가님께선 올해로 데뷔 18년 차에 접어드는 동안 수많은 공포소설을 발표해 오셨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공포 장르의 매력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마디로 ‘신길동매운짬봉’이라고 대답합니다. 먹기 전에는 분명히 맵고, 고통스럽고, 괴로울 걸 알지만 다 먹은 뒤의 개운함 때문에 매운 음식에 도전하게 되죠. 공포장르도 그래요. 분명히 읽고 나면 후회하고 잠을 설치고 읽는 동안 내내 어깨가 뻐근할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책을 향해 손을 뻗게 됩니다. 그건 다 읽었을 때의 후련함,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기 때문입니다. 격렬한 자극을 통해서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일, 이것이 바로 공포를 소비하는 독자가 공통적으로 품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저는 다 읽고 났을 때 깔끔하게 ‘똑’ 떨어지는 소설을 쓰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깔끔하게 매운맛, 칼칼하게 매운맛이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땀 한 번 흘리고 나면 금세 매운 감각이 사라지는 그런 공포소설을 쓰고 싶어요. 하지만 정작 저는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습니다.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매운맛이 신라면이니 말 다 했죠!
『흉담』은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실재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소설 주인공의 이름이 ‘전건우’라는 점이나, “『흉담』은 내 실제 경험담이다”라는 ‘작가의 말’도 그렇고요. 이 책을 독자분들이 어떻게 읽어주시길 바랄지 궁금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메타픽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18년간 그래도 공포를 주력 장르로 써온 작가로서 평범한 사람은 경험하지 못했을 사건을 여럿 지나왔는데, 그걸 소설로 풀어내고 싶었죠.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가져와서 써버리면 너무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일단 지명이나 등장인물의 이름 같은 게 문제가 되죠. 게다가 전건우라는 인물은 그다지 매력이 없기에 온전히 사실만 가지곤 소설을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경험한 일을 가공하고 적절한 양념을 가해서 이번 작품을 쓰게 되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무속인이 말해줬다는 경고문은 진짜입니다! 사실…… 이건 절대 무시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제가 경험했고, 제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독자 여러분께는 한 편의 흥미진진한 공포소설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랬기에 제가 들은 ‘진짜’ 흉담은 여기에 넣지 않았습니다. 차마 그럴 순 없으니까요!
이 책에는 공포소설가인 ‘나’를 비롯해 민속학 교수인 ‘차문수 교수’, PC방 아르바이트생인 주술사 ‘발람’, 명리학자 ‘육모돈’까지 독특한 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각 인물을 설정할 때 고민하거나 참고가 된 인물이 있을지 듣고 싶습니다.
우선 소설가인 전건우는 명백하게 저에게서 따왔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없었습니다. 실제 제가 작업하는 공간과 자주 가는 카페를 배경으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주술사 ‘발람’ 캐릭터는 이름만 다를 뿐 실존 인물입니다. PC방은 아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사실이고, 저주나 오컬트 쪽으로 해박한 지식을 지닌 것도 사실입니다. 가끔 연락을 주고받곤 합니다. 명리학자는 사실 오컬트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명리학자는 그야말로 ‘학자’에 가깝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특정인을 떠올렸다기보다는 일반적이고 조금은 스테레오 타입에 가까운 명리학자 캐릭터를 집어넣었습니다. 게다가 전 알거든요. 그런 인물, 명리학이니 민속학이니, 그리고 소설이니 이런 데 빠져 사는 인물은 재미있는 이야기에 사족을 못 쓴다는 걸요. 언제나 공포보다 호기심을 먼저 품는 이들이죠.
『흉담』에는 저주를 들은 자에게 악귀가 찾아오는가 하면, 소금이나 부적 같은 비방, 무속 신앙 요소 등 전통적인 호러 양식이 매력적으로 등장합니다. 소설을 집필하시는 데 필요한 오컬트 자료는 주로 어떻게 조사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관련 서적도 많이 찾아보고 특히 무속 관련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넷플릭스나 유튜브에 보면 무속 관련 다큐가 상당히 많거든요. 자료 조사 겸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취재해서 인터뷰를 합니다. 지금껏 만나서 이야기 들은 무속인이 꽤 되는데요, 이건 5월 20일에 있을 북토크 때 ‘썰’을 풀어볼까 합니다. 제게 흉담을 최초로 들려준 이도 취재차 만난 박수무당이었어요. 처음에는 그 무당을 많이 원망했지만, 지금은 이렇게 좋은 소재를 줘서 고맙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양가감정이 드네요.
소설의 무대가 K시로 이동하면서 흉담에 얽힌 역사적 비극이 밝혀집니다. 사특한 저주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거대한 역사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소설의 주제가 더욱 무겁고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역사적 소재를 다룰 때 특별히 염두에 두신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역사적 사실은 아주 매력적인 소재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사실 흉담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어느 선까지 보여주고, 알려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고민은 곧 역사적 소재를 다룰 때의 작가적 태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고 믿습니다. 그다음이 사실에 알맞은 픽션을 가미해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거겠죠. 이 중간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합니다. 자칫 너무 무거운 이야기가 되거나, 아니면 역사적 사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되어버리죠. 그렇기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과 관련해서는 꽤 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물론 작품 속에는 조사한 내용의 반도 안 들어갔지만, 그래도 많은 걸 알고 있어야 조금이라도 정확한 이야기를 쓰겠구나 싶어서 거듭 조사했죠!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독자 여러분 사랑합니다! 진심입니다. 거짓이 아니라고요! 우리나라에서 제가 즐겨 쓰는 장르인 호러,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해 주시는 독자 수가 평균으로 봤을 때 2,000명이 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께 저는 정말로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느낍니다. 서점에서, 집에서, 지하철에서, 도서관에서…… 장소가 어디든 제 작품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이 있기에 저는 오늘도 새로운 작품을 쓸 수 있습니다. 정말로 그래요. 예전에, 제가 초등학교 때의 유일한 놀이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스티븐 킹이나, 딘 쿤츠 같은 작가를 알았고 여러 SF 명작을 읽었으며 유령과 귀신과 흡혈귀 나오는 소설을 읽으며 장르에 매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읽는 속도를 출간 속도가 따라잡질 못했어요. 그랬기에 언제나 감질나 하며 다른 작품을 기다리곤 했죠. 제가 그 마음을 정말 잘 알기에 저는 ‘다작 작가’가 되고 싶고, 그래야겠노라 결심했습니다. 저는 철저히 상업성을 추구하는 ‘상업 소설가’이자 ‘다작 작가’로 독자 여러분께 변함없는 즐거움을 선사해 드리고 싶습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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