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원 칼럼] 예술은 왜 모호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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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원 칼럼] 예술은 왜 모호해야 하는가

문화매거진 2026-04-29 23:44:55 신고

▲ '예술은 왜 모호해야 하는가' CHAT GPT 생성 이미지
▲ '예술은 왜 모호해야 하는가' CHAT GPT 생성 이미지


[문화매거진=정규원 작가] 오늘날 플랫폼은 감정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무엇이 사람을 웃게 하고, 무엇이 공감을 유도하며, 어떤 장면이 감동을 극대화하는지 시스템은 점점 더 정교하게 계산한다. 감정은 분류되고, 예측되며,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그러나 예술은 본래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예술은 감정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장치가 아니라, 감정이 머물 수 있는 공간에 더 가까웠다.

좋은 예술은 감정을 즉시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여백을 남긴다. 어떤 문장은 정확히 이해되지 않지만 오래 남고, 어떤 장면은 명확한 의미 없이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한 편의 영화나 한 곡의 음악 앞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 채 오래 머문다. 바로 그 모호함이 예술의 본질이다. 예술은 감정을 정리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해석되기 전의 상태로 머물게 한다.

이 지점에서 예술은 플랫폼과 정반대의 역할을 수행한다. 플랫폼이 감정을 즉각적인 반응으로 환원한다면, 예술은 감정을 즉시 소비되지 않는 상태로 붙잡아둔다. 플랫폼은 감정을 빠르게 읽고 빠르게 반응하게 만들지만, 예술은 감정을 느리게 만들고 오래 머물게 한다. 그래서 예술은 종종 비효율적이고 불친절하며, 때로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바로 그 불분명함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다시 해석하게 된다.

예술이 중요한 이유는 감정을 설명하기 때문이 아니라, 감정을 쉽게 설명되지 않도록 남겨두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을 명확히 이해할 때만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이해되지 않는 감정 앞에서 더 오래 머무르고, 그 모호함 속에서 스스로를 다시 읽어낸다. 예술은 그 느리고 불완전한 과정을 허락하는 드문 공간이다.

이 때문에 예술의 가치는 정보 전달의 정확성에 있지 않다. 예술은 감정을 명확히 전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더 깊이 작동한다. 그것은 감정을 정답처럼 제시하지 않고, 감정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는 시간을 남겨둔다. 우리는 예술 앞에서 즉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오래 생각하고, 더 오래 머물며, 결국 그 모호함 속에서 자신만의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예술은 감정을 소비하게 만드는 대신, 감정과 함께 머무는 법을 다시 배우게 만든다.

결국 예술은 감정을 전달하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머물게 하는 형식이다. 그리고 바로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데이터가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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