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기존 법인에서 김범석 쿠팡Inc 의장 개인으로 변경 지정했다. 쿠팡은 예외요건을 여전히 충족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예고했다.
쿠팡 본사 전경. ⓒ 쿠팡
29일 공정위가 발표한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동일인이 쿠팡Inc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됐다. 공정위는 오는 5월1일자로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102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쿠팡의 동일인 변경을 함께 확정했다.
쿠팡은 그동안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아 왔다. 2024년 5월 개정·시행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법인 동일인 예외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려면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볼 때와 비교해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아야 한다. 또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과 그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거나 자금대차·채무보증 관계를 맺지 않아야 하며, 친족의 국내 계열회사 경영 참여도 없어야 한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해 지정을 앞두고 실시한 현장점검 등에서 쿠팡이 일부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핵심은 김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 부사장의 역할이다.
공정위는 김 부사장이 부사장급으로 쿠팡 내 등급상 거의 최상위에 해당하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다고 봤다. 또 연간 보수와 대우가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며,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하는 등 주요 사업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8조 제5항에 근거해 쿠팡의 동일인을 김 의장으로 변경 지정했다. 해당 조항은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받은 기업집단이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변경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서 쿠팡은 향후 특수관계인 범위와 내부거래 감시 측면에서 보다 강한 규제 틀에 놓이게 됐다. 자연인이 동일인이 될 경우 본인과 배우자, 일정 범위의 친족 등이 특수관계인 판단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친족 관련 회사와 쿠팡 계열사 간 거래 여부, 지분 관계, 내부거래 공시 부담 등에 대한 점검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위는 이번 지정에 대해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쿠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라며 "김범석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다"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의 예외조건을 충족해 왔다"고 주장했다.
김 부사장의 지위와 관련해서도 쿠팡은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인 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쿠팡은 이번 동일인 변경 지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쿠팡은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쿠팡을 둘러싼 규제 환경 변화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노동·물류 현안 등으로 정부와 국회의 감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동일인 변경 지정까지 더해지면서 지배구조와 내부거래, 특수관계인 관리 전반에 대한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Copyright ⓒ 프라임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