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의 미 의회 연설 어땠나… 5가지 주요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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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의 미 의회 연설 어땠나… 5가지 주요 핵심

BBC News 코리아 2026-04-29 13:35: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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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이번 미국 방문은 미국의 건국 250주년과 이른바 '특별한 관계'라 불리는 영-미 관계를 기념하는 무대가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번 방문은 양국 관계의 구원 투수 역할로도 평가받아왔다.

영국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전쟁을 전적으로 지지하기 꺼리면서 현재 영-미 관계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에 찰스 3세의 목표는 왕실 특유의 매력 공세를 앞세워 얼어붙은 분위기를 완화하는 것이었고, 특히 28일(현지시간) 오후로 예정된 미 상·하원 합동 연설에 관심이 쏠렸다.

국왕의 긴장 완화 역할에 희망을 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변덕스러운 성격으로 잘 알려져 있다. 우호적이던 관계도 순식간에 틀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 즉 적대적이었던 관계였을지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살 수 있다.

찰스 3세 국왕 또한 이번 연설 후반부에서 수 세기에 걸친 양국의 관계는 "화합과 회복"의 역사라고 표현했다.

국왕이 공개 석상과 비공개 자리에서 건넨 말들이 실제로 영-미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날 오후 백악관 회동 직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짧은 발언에서는 만족감이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찰스 3세를 향해 "환상적인 사람"이라면서 "정말 대단한 분이고, 정말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991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영국 국왕의 미 의회 연설에는 민주당을 고무시키는 동시에 백악관 인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만한 대목도 몇몇 있었다.

1) 불확실성에 대한 인정

어떤 격언처럼,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회복의 출발점이다. 찰스 3세 역시 미국과 영국 양국이 "중대한 불확실성의 시대"에 직면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양국 간 긴장 국면의 주요 원인인 중동과 유럽 내 분쟁들을 짚어보는 한편, 지난 주말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을 뒤흔든 정치적 폭력처럼 민주주의를 향한 위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어 영-미 양국의 언제나 한목소리를 내온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찰스 3세는 "1776년(미국의 건국 날짜)의 정신을 떠올려" 본다면 "우리의 의견이 늘 일치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에 동의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양국이 뜻을 같이할 때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의 이익을 위해"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2) 민주당에는 반가운 발언

찰스 3세가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에 담긴 "행정부의 힘은 견제와 균형의 대상"이라는 영국의 법적 전통을 언급하자, 또 한차례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다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환호는 민주당 의원석에서 시작해 이내 회의장 전체로 퍼져나갔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론자들은 그가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자주 비판해왔다.

대통령은 철저한 견제와 균형의 대상이어야 한다는 인식은 지난 1년 동안 미국 곳곳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한 노 킹스(No Kings·미국에 왕은 없다)' 집회를 촉발한 주요 정서이기도 하다.

한편 연설이 막바지로 향하는 가운데, 국왕의 일부 마무리 발언에 민주당 측에서는 동의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찰스 3세는 "독립 이래로 그랬듯, 미국의 말은 무게와 의미를 지닌다"며 "그리고 이 위대한 국가의 행동은 그보다도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과 전달 방식뿐만 아니라 그의 행동에 대해서도 자주 비판해왔다.

의도했든 아니든, 현장에 있던 진보 성향 인사들은 이러한 국왕의 발언을 미국을 향한 일종의 경고로 받아들이는 듯했고, 또 동시에 자신들의 '노 킹스' 정서를 다시 한번 드러낼 기회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3) NATO와 양국 동맹에 대한 인정과 언급

찰스 3세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을 인용하며 양국 동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또한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이 이미 말해왔듯,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회원국 방어를 위해 대응에 나선 유일한 사례는 알카에다의 9·11 테러 직후였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군함들을 "장난감"이라고 부르고, 영국의 항공모함은 "작동도 안한다"며 오랫동안 영국의 자부심으로 여긴 영국 해군을 조롱해왔다.

과거 해군으로 5년간 복무했던 찰스 3세는 자신의 군 복무 경험을 풀어나가며 미국과 유럽 간 안보 및 정보 협력 관계가 주는 이점을 짚었다

아울러 국왕은 개인적인 오랜 관심사인 기후변화를 언급할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대서양의 심해에서부터 재앙적으로 녹아내리고 있는 북극의 빙하에 이르기까지, 미군과 동맹국들의 헌신과 전문성이야말로 NATO의 핵심"이라며 "이들은 서로의 방위를 맹세했으며, 우리 시민의 이익과 국익을 보호하며, 공동의 적들로부터 북미와 유럽의 안전을 지켜내고 있다"고 했다.

4) 엡스타인 피해자들 언급은 없어

국제 정치 현안 외에, 찰스 3세의 이번 미국 방문을 둘러싼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과연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혹은 그의 피해자들을 직접 언급할지였다.

답은 '아니요'였다.

아마도 그나마 가장 근접한 부분은 "아주 비극적이게도, 우리 양국 사회에 오늘날 존재하는 일부 악의 지원해야 한다"는 완곡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국왕이 이번에 미국에서 엡스타인 사건 생존자들을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던 이들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 의회는 엡스타인 관련 정부 문서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공개된 자료를 통해 엡스타인이 피터 맨델슨 전 영국 주미대사,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찰스 3세의 남동생) 등 부유하고 권력 있는 인사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다.

현재로서 엡스타인 사건은 미국보다는 영국에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큰 불이익을 겪은 미국 현직 정치권 인사는 거의 없다.

국왕의 연설에 언급되지 않았다고 해도, 이 문제는 헤드라인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미국에서의 전모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5) 왕실 특유의 유머 가미

이번 방문이 지니는 목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영-미 관계의 미래가 걸려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국왕의 연설은 때로는 재치 있었다.

그는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로 널리 인용되나 실제로 아닌, "영국과 미국은 정말 모든 것을 공유하고 있다. 물론 언어만 빼고 말이다"는 경구를 언급했다.

아울러 영국 의회인 웨스트민스터에서 국왕이 연설을 할 때면 한 의원이 "인질"로 잡혀 있는 전통을 소개하며, 오늘 미 의회에서도 그런 역할에 자원한 사람이 있는지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또한, 영국처럼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입장에서 미국의 독립은 "불과 엊그제 일"처럼 느껴진다면서, 오늘 자신은 미국에 대한 영국의 통치를 다시 확립하기 위한 "교활한 후방 방어 작전"을 펼치러 온 게 아니라고도 했다.

미국과 영국 사이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르고 있지만, 이번 국왕의 방문은 얼어붙은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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