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꼭 가야할 국립현대미술관 데미안 허스트 전시 관전 포인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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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꼭 가야할 국립현대미술관 데미안 허스트 전시 관전 포인트 3

에스콰이어 2026-04-29 13:00:00 신고

10초 안에 보는 요약 기사
  • 데미안 허스트 - '죽음을 가장 화려하게 말하는 남자'
  • 벚꽃 연작 - '찰나의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폭발시키다'
  • The Currency - '작품을 불태움으로써 진정한 예술이 된다. NFT의 철학'

봄은 해마다 비슷한 질문을 들고 온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누리고 있는가. 그런데 올봄, 그 질문에 정면으로 답해줄 공간이 서울 한복판에 열렸다.


2026년 3월 20일부터 6월 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진행 중인《데이미언 허스트: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는 35년에 걸친 작가의 여정을 50여 점의 대표작으로 조망한다.


전시 앞에 서면 단순한 '그림 구경'이 아닌, 삶과 죽음과 욕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번 봄, 이 전시를 봐야 할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① 죽음을 패션처럼 입는 남자 - 데미안 허스트라는 인물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해골의 정면. 무려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For the Love of God (2007) / 이미지 출처: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Prudence Cuming Associates 촬영

다이아몬드가 반짝이는 해골의 정면. 무려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다. For the Love of God (2007) / 이미지 출처: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Prudence Cuming Associates 촬영

예술계의 아이코닉: 40년을 논란과 찬사 사이에서 살아온 영국의 현대 미술가.

도발의 미학: 포름알데히드 속 상어, 8천여 개 다이아몬드로 덮인 두개골.

브랜드로서의 예술가: 작품만큼 자기 자신을 설계해온 사람.


1988년 런던 골드스미스 칼리지 재학 중 버려진 창고에서 동료들과 함께 전시를 열며 혜성처럼 등장한 데미안 허스트. 이후 '젊은 영국 예술가들(YBA)'의 대표 주자로 활동하며 충격적인 이미지와 재료를 활용한 작품들로 수십 년간 세상을 흔들어왔다.


그런데 허스트의 태도는 패션 세계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그는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에 머물지 않고 예술의 유통과 기획, 수집과 전시 전 과정에 관여하며 미술 생태계의 작동 방식 자체를 재편해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브랜드의 세계관을 설계하듯, 허스트는 자기 자신이라는 브랜드를 가장 치밀하게 운영해온 아티스트다. 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컬렉션이다.



8,601개의 다이아몬드가 주는 철학 - '신의 사랑을 위하여'

 포름 알데히드에 갖힌 상어 앞에 앉아있는 데미안 허스트 / 이미지 출처: Damien Hirst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23

포름 알데히드에 갖힌 상어 앞에 앉아있는 데미안 허스트 / 이미지 출처: Damien Hirst photographed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 Damien Hirst and Science Ltd.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2023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가장 화려하게.

다이아몬드 해골: 럭셔리와 죽음이 충돌하는 지점.

보석 드로잉 챌린지: 허스트의 철학을 내 손으로 재현하는 방법.


백금으로 주조한 인간의 두개골에 실제 인간 치아와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 제작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 이 작품은 온라인에서 구매한 인골을 바탕으로 구성돼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 작품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 있다. '아름답다'는 것이다.


죽음의 상징인 해골이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보석으로 뒤덮였을 때, 우리는 혐오 대신 경이로움을 느낀다. 허스트가 노린 건 바로 이 순간이다. 우리가 아름다움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리고 화려함으로 덧없음을 감추려는 인간의 욕망.


Cherry Blossoms 전시 전경 / 이미지 출처: 파리 까르띠에 재단, Thibaut Voisin 촬영

Cherry Blossoms 전시 전경 / 이미지 출처: 파리 까르띠에 재단, Thibaut Voisin 촬영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나만의 '보석 드로잉'을 시도해보면 어떨까. 검정 종이 위에 금색, 은색, 젤펜이나 펄 마카로 해골 또는 꽃을 그리는 것. 소재는 허스트의 것이지만 감각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 예술은 관람에서 끝나지 않는다.



② 4월에만 완성되는 감상 -벚꽃 연작

런던의 뉴포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불속에 타고있는 데미안허스트의 NFT 작품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런던의 뉴포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불속에 타고있는 데미안허스트의 NFT 작품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봄의 감각: 피고 지는 것에 대한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감정.

3년의 집착: 팬데믹 속 스튜디오에서 홀로 완성한 107점의 대형 캔버스.

아름다움과 죽음: 가장 화려한 것이 가장 짧다는 역설.


허스트는 인상주의, 점묘법, 액션 페인팅에서 영감을 받아 두꺼운 붓터치로 3년을 쏟아 벚꽃 연작을 완성했다. 그리고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직접 말했다. "벚꽃은 아름다움과 삶과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해마다 벚꽃은 같은 자리에서 피고 지지만, 정작 그것을 멈춰 들여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허스트는 그 찰나를 거대한 캔버스 위에 폭발적으로 쏟아냈다. 봄에 이 작품 앞에 서는 것과 다른 계절에 보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경험이다. 4월이 지나기 전에 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시를 보고 나서 직접 따라 그려보는 것도 강력히 추천한다. 붓을 캔버스에 두껍게 눌러 찍는 허스트의 기법은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 완성도보다는 그 행위에서 오는 해방감이 목적이다. 보석 펜이나 펄 마카로 꽃을 그리고, 검정 종이 위에 금색과 은색을 쏟아내는 것. 허스트의 철학을 내 손으로 재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③ 갤러리에서 맡은 소각의 냄새 - The Currency와 NFT의 질문

런던의 뉴포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불속에 타고있는 데미안허스트의 NFT 작품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런던의 뉴포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불속에 타고있는 데미안허스트의 NFT 작품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런던의 뉴포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불속에 타고있는 데미안허스트의 NFT 작품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런던의 뉴포트 갤러리에서 마주한 불속에 타고있는 데미안허스트의 NFT 작품들 / 이미지 출처: 필자 촬영

The Currency: 1만 점의 실물 작품을 NFT와 교환하거나 소각하게 한 전대미문의 프로젝트.

실물 vs 디지털: 어떤 것이 진짜 가치인가, 허스트가 몸으로 던진 질문.

소각의 현장: 예술이 사라지는 냄새를 직접 맡은 경험이 있다.


2024년, 필자는 영국의 뉴포트스트리트 갤러리에 있었다. 그날 갤러리 안에는 묘한 냄새가 가득했다. 캔버스가 타는 냄새, 수작업으로 제작된 페인팅이 불꽃 속으로 사라지는 냄새. 누군가의 소유였던 수백만 원짜리 실물 작품이 연기가 되어 사라지는 광경을 라이브로 목격했다.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 이게 퍼포먼스인지, 파괴인지,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창작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허스트는 2021년 7월 '화폐(The Currency)'라는 제목으로 물방울 도상의 NFT 작품 1만 점을 점당 2,000달러에 판매했다. 구매자들에게 가상자산인 NFT와 실제 원본 작품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고, 그 결과 4,851명이 NFT를, 5,149명은 실물 원본을 선택했다.


이날 소각된 것은 NFT를 선택한 구매자의 실물 원본이었다. 작품을 태우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허스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기분이 좋다"고 답했다. 그는 "물리적 버전을 태워서 이러한 물리적 예술작품을 NFT로 변환하는 작업을 완수하는 것"이라며, "물리적 작품과 디지털 작품은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갤러리 안에 서서 그 냄새를 맡으며 든 생각이 있다. 허스트는 단순히 도발하려 했던 게 아니었다.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인 '화폐(Currency)'를 통해, 예술의 가치란 무엇인지 정면으로 탐구하는 것이었다. 눈앞에서 수천만 원짜리 캔버스가 사라지는데, 그게 예술이 되는 순간, 그 역설이 이 남자의 본질이다.


NFT와 실물 사이의 질문은 지금도 유효하다. 당신의 옷장 속 빈티지 재킷과 동일한 디자인의 디지털 패션 아이템 중 무엇이 더 가치 있다고 느끼는가? 허스트의 질문은 예술계에만 머물지 않는다.



전시 관람 전, 이것만 알고 가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순서만 기억하면 된다.

벚꽃 연작 먼저 보기 - 화사하고 폭발적인 색감으로 감각을 열자.

자연사 연작 마주하기 - 포름알데히드 속 정지된 세계, 불편하지만 멈출 수 없다.

다이아몬드 해골로 마무리 - 눈부신 것 앞에서 죽음을 생각하게 되는 이상한 경험.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국립현대미술관 전경 / 이미지 출처: 핀터레스트

전시 기간 중 상시 운영되는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 '안녕하십니까?'와 퍼포먼스 '말하지 않는 약국' 등을 통해 작가의 예술 세계를 더욱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다. 전시만 보고 오기 아깝다면 이 프로그램들도 함께 챙겨보자.


관람 후 삼청동을 걸으며 전시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코스다. 소격동부터 사간동, 윤보선길에 이르기까지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예술과 패션,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국립현대미술관 바로 옆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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