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실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장기 보유만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현행 구조를 손질해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세 부담 증가가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인한 임대료 상승,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주택뿐 아니라 토지·상가 등 비주택 자산에 대한 장특공제 폐지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임대사업자와 자영업자, 실수요자 모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유'에서 '거주'로…장특공제 개편에 흔들리는 절세 공식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부동산을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한 뒤 양도할 때 양도차익 일부를 공제해 세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현행 제도에서는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을 각각 따져 최대 40%씩, 합산 최대 80%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오래 보유하고 오래 거주할수록 세 부담이 줄어드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발의된 소득세법 개정안은 장특공제 기준을 보유기간이 아닌 거주기간 중심으로 단일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 제도에서 보유기간에 따라 적용되던 최대 40% 공제를 없애고 실제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만 남기는 방식이다. 최소 보유 3년 이상 요건은 유지하되 공제 혜택은 2년 이상 실제 거주한 경우부터 적용하고 장기 거주 시 최대 80%까지 인정하는 구조다.
정책 취지는 살지도 않는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임대수익과 양도세 감면 혜택을 동시에 누리는 구조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권은 현행 제도가 실수요자 보호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똘똘한 한 채' 장기 보유 전략이나 투자 목적 부동산 보유에 유리하게 작동해 왔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세제의 중심을 '얼마나 오래 보유했는가'에서 '실제로 거주했는가'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7월 정부 세법 개정안에 반영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법안이 실제 통과될 경우 장기 보유만으로 세 부담을 줄이던 기존 절세 전략은 약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가 주택을 보유했지만 실제 거주하지 않은 1주택자나, 임대 목적 주택을 장기간 보유한 투자자들은 양도 시 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시장에선 정책 취지와 달리 장특공제 개편이 부동산 매물 흐름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행 전에는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선제 매도 물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시행 이후에는 거주기간 요건을 채우기 위해 매도를 미루는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매물 증가 압력이 생기고,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위축과 매물 잠김이 동시에 나타나는 불안정한 장세가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영향도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거주 비중이 높은 중저가 아파트 시장은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한강벨트와 강남 3구 등 고가 주택 밀집지역은 비거주 보유자와 투자 수요가 많아 매물 출회 압력이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세 부담 회피 매물이 일시적으로 나온 뒤에는 매도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급격히 줄어들어 집값 상승을 오히려 크게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가·토지까지 공제 폐지 논란…임대료 상승·상권 침체 우려 확산
장특공제 개편 논의에서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은 비주택 자산에 대한 장특공제 폐지다. 개정안에는 토지와 건물 등 비주택 자산에 적용되던 보유기간별 공제를 삭제하고 조합원입주권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투자 목적 자산 보유에 대한 세제상 유인을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시장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전반에 부정적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주택 자산은 주택과 달리 현재도 장특공제 혜택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주택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8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상가·토지 등 비주택 자산은 장기간 보유해도 최대 공제율이 30%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이마저 폐지될 경우 상업용 부동산 보유자의 세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양도차익 대부분이 과세표준에 반영되면서 매각 실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부담이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임대사업자가 향후 매각 시 세 부담 증가를 예상하게 되면 보유기간 중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임대료를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가 시장은 이미 공실률 상승과 소비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여기에 세제 부담까지 커질 경우 임대인은 수익 보전을 위해 임대료를 인상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자영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상업용 부동산 장특공제에 대한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근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소비 위축이 겹친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까지 커지면 영업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장특공제 폐지가 투기 억제라는 정책 목적과 달리 상권 침체와 자영업자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심리도 위축 우려도 적지 않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주거용 부동산 대신 상가나 꼬마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나 비주택 장특공제 폐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대체투자 수요도 관망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절세 유인이 사라지면 장기 보유에 따른 기대수익이 낮아지고 이는 신규 투자 감소와 거래 위축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 전반에도 부담 요인이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자산가의 투자 영역에 그치지 않아서다. 건물 매입, 리모델링, 임대, 창업, 고용 등 지역 상권과 실물경제를 연결하는 핵심인데 투자심리가 꺾이면 낙후 상권 재투자가 줄고, 공실 해소도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다시 지역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특공제 개편은 실거주 중심 세제 전환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거주 고가주택이나 투기 목적 보유에 대한 혜택 축소는 필요하더라도 은퇴 고령층이나 불가피하게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1주택자, 상업용 부동산을 기반으로 임대사업을 하는 보유자까지 일괄적으로 규제할 경우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장특공제를 전면 폐지하기보다 자산 유형과 보유 목적, 실거주 여부, 임대료 전가 가능성 등을 구분한 단계적 개편이 필요하다"며 "실거주 유도라는 정책 목표와 시장 충격 완화 사이 균형을 맞추지 못할 경우 부동산 시장은 매물 증가와 거래 위축, 임대료 상승, 상권 침체라는 복합적인 불안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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