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늘 감동이고 기적이다. 수많은 소멸 속에 내가 존재한다는 것, 봄날의 양광과 아지랑이와 꽃향기 밴 조용한 바람과, 세월 익어가는 잔주름과, 안락한 졸음과 먹이를 쪼는 비둘기처럼 잔잔하다. 오리가 새끼 가족을 데리고 동심원을 그리며 물을 가른다. 이팝나무와 수수꽃다리, 라일락도 사월의 행렬에 합류했다. 오월이 오면 더욱 눈부신 빛이 신록의 윤기를 더할 것이다.
아까운 줄도 모르고 낭비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지만 인생은 머물지 않는 꿈을 향해 피고 진다. 수강생들과 올해 들어 처음 광교산 자락에서 야외 스케치를 한다. 상광교 신다리를 건너면 열 가구가 채 안 되는 마을이 나오는데 아직 목장도 있고 낡은 농가가 남아 있다. 로컬푸드 매장과 카페와 주인집이 나들이객을 바라볼 뿐 적막한 시골 풍경이다. 뒤꼍의 농가 몇 채는 인적 드문 빈집이다. 주인 잃은 마당은 잡초가 돋아났고 기능을 상실한 굴뚝만 덩그러니 삶의 흔적을 남겼다. 연둣빛 고운 먼 산이 현재와 과거를 잇는 삶의 원근을 이룬다. 수강생들의 목소리로 조용한 오솔길이 깨어났다. 사람이 산다는 건 파문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이물질 같은 번뇌가 있어도 허기 때문에 괴로워하고 포만감 때문에 권태에 빠지더라도 우리는 숙명을 견지하며 살아간다. 새들이 소리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노래한다. 이 봄에 핀 사랑의 하모니를 늦더라도 사유해야겠다. 사랑만이 삶을 견뎌내는 이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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