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농협중앙회와 한국전문경영인학회와의 돈독한 관계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학회 임원들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거나 연구를 지원하고 반대로 학회는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에게 굵직한 성과를 마련해주는 식으로 상부상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 안팎에선 학술 단체와 기업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엮일 경우 학문의 중립성과 학술 단체 본연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회는 타이틀 주고 농협은 자리 주고" 한국전문경영인학회-농협 '그들만의 리그' 눈길
28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NH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류준열 한국전문경영인학회장을 추천했다. 류 회장은 2014년부터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1월 한국전문경영인학회장에 취임한 후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NH농협금융 임추위는 "경영 분야의 폭넓은 시야와 경험을 갖춰 사외이사로서 전문성과 직무 공정성 등이 모두 충족된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류 신임 사외이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전문경영인학회는 1997년에 창립된 경영학 연구 학술 단체다.
류 회장이 이끄는 한국전문경영인학회는 지난해 11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게 '한국전문경영인 대상'을 수여했다. 당시 학회는 경영성과와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을 종합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시상 당시 여론 일각에서는 강 회장이 금품 수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어 선정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학회 측은 만장일치로 수상 대상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학회 내에는 류 회장 외에도 농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송두한 학회 부회장은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금융연구실 실장과 NH농협금융 NH금융연구소 소장 등을 거친 농협 출신이다. 2022년부터는 제 20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선거캠프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시장후보 선거캠프 등에서 금융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등 정치권으로도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후 송 부회장은 지난해 4월 강 회장 취임 이후 NH농협금융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송 회장의 NH농협금융 사외이사 임기는 오는 27년 4월 30일까지다.
송 부회장은 올해 1월 농협중앙회가 출연해 설립한 농협대학교의 신임 총장 자리도 겸직 중이다. 농협대는 단순 교육기관을 넘어 농협 전체의 인적 자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인재 요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도 농협대 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지난해 초 농협하나로유통 대표이사로 임명된 임영선 대표 역시 현재 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임 대표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농협하나로유통은 농협경제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이며 농협경제지주 지분은 농협중앙회가 100% 가지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 강 회장의 각종 캠페인 활동과 현장 점검, 간담회 등에 수차례 동행한 바 있다.
학회의 학술 활동에서도 농협과의 돈독한 관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강 회장이 대상을 수상한 지난해 11월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농협의 성과를 부각하는 연구 발표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맹선호(경희대 교수), 송두한(당시 경기대 교수), 임영선(농협하나로유통 대표), 구기동(신구대 교수) 등이 공동 연구를 통해 '농협의 공급사슬 관리(SCM)와 친환경 로컬 푸드를 통한 ESG 활동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이날 해당 연구팀은 농협이 앞으로 공공성이 강한 전문경영인 리더십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며 강 회장의 리더십 하에 농협이 추진해 온 ESG 경영성과를 집중 조명했다.
앞서 송 부회장은 2017년 NH금융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을 당시에도 '서민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서민금융체계 혁신 방안 토론회'에서 구 교수와 함께 정책 토론회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해 3월 민주금융포럼 대표직을 맡았을 때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구 교수와 정책 토론회를 함께 진행했다. 구 교수는 지난해 맹 교수가 알츠하이머병 예방 및 치료법에 대해 발표한 최신 연구 논문에도 공동 집필진에 이름을 올렸다.
전문가들은 학술 단체 임원이 민간 기업의 요직을 겸임하고 있는 구조는 학술 단체의 독립성은 물론 연구 결과의 객관성을 저해시킬만한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학술 단체가 특정 기업 수장에게 최고상을 시상한 뒤 해당 학회 인사들이 그 기업의 요직에 선임되는 구조는 객관성 측면에서 봤을 때 주변의 우려를 살만한 대목이다"며 "자칫 학문의 중립성과 이사회의 독립적인 감시 기능이라는 본연의 가치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계와 기업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학술적 성과의 신뢰도 역시 흔들릴 수 있다"며 "앞으로는 다양한 외부 시각이 경영에 반영될 수 있는 실질적인 보완 장치를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학회 활동과 인사 사이의 연관성은 개인적인 영역이 존재해 구체적인 내용을 알기는 어렵다"며 "모든 인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엄격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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