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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일상과 회색빛 도시에 짓눌린 현대인에게 '여행'은 더 이상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온전히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이다. 긴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가까운 곳은 식상하게만 느껴진다면 중국 강소성 염성이 바로 그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있다. 서울에서 비행기로 약 2시간이면, 바다와 숲과 습지가 함께 만들어낸 거대한 '초록 휴식처'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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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인정한 자연의 보물 — 황해 삼림공원
염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초록빛 이름은 단연 '황해삼림공원'이다. 강소성 동태시에 자리한 이곳은 중국 연안 지역 최대의 평원 삼림으로, 55년 전 개척자들이 초목 하나 없던 염분 가득한 황무지에 들어가 반세기에 걸쳐 일궈낸 인공 생태림이다. 총면적 41.5㎢에 달하는 울창한 숲은 삼림 피복률 90% 이상을 자랑하며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자연의 얼굴을 선사한다. 봄이면 연초록 새순이 숲 전체를 생기로 물들이고, 나무 데크 위를 천천히 걷다 보면 도시의 소음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지고 청량한 자연의 내음만이 곁에 남는다. 아침 안개가 채 걷히기 전 나무 끝을 뚫고 내려오는 햇살이 빚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향연은, 자연이 공들여 준비한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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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를 걷는 듯한 신비 — 대종호 갈대 미로
염성의 수로를 따라 이어지는 여정 끝에서 또 하나의 보물을 만난다. 바로 대종호다. 이곳의 백미는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세계 최대 규모의 '갈대 미로'다.
쪽배에 몸을 싣고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갈대 숲 사이 수로를 유유자적하게누비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맑게 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해 질 녘, 붉게 물드는 호수와 황금빛 갈대가 어우러진 풍경은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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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낭만과 미식의 향연 — 자연과 맛의 이중주
고요한 치유의 시간이 지나면, 낭만적인 산책이 기다린다. 대풍 네덜란드 화해는 이국적인 감성으로 여행에 화사한 색채를 더한다. 클래식한 풍차가 서 있고, 3,000만 송이 튤립이 물결처럼 피어나는 이 공간은 유럽의 작은 마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의 방점을 찍는 것은 미식이다. 청정 갯벌과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염성의 해산물 요리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담백함이 특징이다. 특히 염성 사람들의 소울 푸드인 '동태어탕면'은 놓쳐선 안 될 별미다. 붕어 뼈를 오랜 시간 고아내 우유처럼 뽀얗고 깊은 국물 맛은 여행의 피로를 단번에 씻어주며 잊지 못할 아침을 선사할 것이다.
가까워서 부담 없고, 청정해서 더 좋은 도시. 이번 휴가에는 유네스코가 보증하는 생태 도시 염성에서 진정한 '쉼'표를 찍어보는 것은 어떨까.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