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차용증만 남기고 잠적한 동거 여자친구에게 법적 대응을 고민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2년간 사랑을 나눈 동거인이 남긴 것은 한 장의 차용증과 끊긴 연락뿐이었다. 독립 자금을 빌리는 형식으로 관계를 정리했지만, 약속된 돈은 단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녀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배신감에 휩싸인 그는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법의 문을 두드렸다. 전문가들은 명백한 증거로 민사소송은 확실하지만, 형사상 사기죄를 묻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돈과 사람을 모두 잃은 상황, 최선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갚을 생각 없었다”…사진·녹취 다 있는데 왜 사라졌나
A씨는 2년간 동거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차용증’을 작성했다. 독립하는 여자친구가 그간 생활에 들어간 비용을 빌리는 형식으로 정리하기로 서로 합의한 결과였다.
차용증에는 원금, 이자, 변제일은 물론 양측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서명과 지장까지 명확히 담겼다. A씨는 차용증을 작성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합의 하에 작성했다는 대화까지 녹음해 두는 치밀함을 보였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철저한 외면이었다. 매달 갚기로 한 돈은 입금되지 않았고, 결국 여자친구는 쓰던 전화기마저 버린 채 자취를 감췄다.
A씨는 “갚을 생각이 없었던 걸로 생각하고 사기죄 같은 형사 고소가 될까요?”라며 법률 전문가들에게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법조계 중론 “민사소송은 확실한 길, 형사고소는 험난한 입증의 벽”
다수의 변호사는 민사소송을 통한 채권 회수가 우선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차용증과 녹취 등 명확한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창세의 박영재 변호사는 “차용증을 작성한 상황에서 상대방이 연락을 끊고 금액을 갚지 않고 있는 경우, 주로 민사소송을 통해 금액을 회수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집니다”라며, 상대방이 잠적했더라도 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고 강제집행으로 자산을 회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기죄의 성립 여부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사기죄 성립이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라며, 돈을 쓴 이후에 정산 차원에서 작성된 차용증만으로 ‘처음부터 갚을 생각이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광섭 변호사는 사기죄 성립의 두 가지 핵심 요건을 설명하며 “차용금으로 인하여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가 성립할 당시부터 상대방측에서 변제의 의사가 없었거나 또는 변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이를 기망하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며, 아니면 채무 성립 당시 상대방이 질문자님에게 고지한 차용금 용도와 다른 용도로 사용하였을 경우 성립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즉, 돈을 빌릴 당시의 ‘속일 의도’나 ‘용도 사기’를 A씨가 증명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형사고소, 압박 카드인가 무리수인가
그렇다고 형사고소가 전혀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변호사들은 형사 절차를 채무자를 압박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형사고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채무자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압박을 주기 때문에 그러한 목적 하에 형사고소를 진행하시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민사 판결을 받아도 상대방에게 재산이 없으면 휴지조각이 될 수 있지만, 형사 처벌의 위기는 채무자 스스로 돈을 갚게 만드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태신의 성현상 변호사 역시 “사기 고소와 민사소송 동시에 진행하실 필요가 있습니다”라며 “상대방이 차용용도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면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투 트랙’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결국 선택의 문제…내게 맞는 최선의 전략은?
결국 A씨의 선택은 ‘확실성’과 ‘압박 효과’ 사이의 전략적 판단에 놓여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형사고소의 실익이 낮다고 본다.
법무법인 저스트의 도형욱 변호사는 “질문자님의 사안은 형사 사건은 무혐의가 될 가능성이 높아, 형사 고소는 실익이 없을 것으로 사료됩니다”라며 민사소송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반면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상대방 명의 재산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민사적인 절차는 실효성이 낮습니다. 형사적인 절차로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적절합니다”라고 반론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가장 안정적인 길은 차용증을 근거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집행권원(강제집행권리)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시에 형사고소를 병행하여 상대방의 소재를 파악하고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전략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입증이 부족한 형사고소는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수 있기에, 변호사와의 심도 있는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경로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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