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욕증시가 일부 대형 기술주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향후 시장 흐름이 인공지능(AI) 열풍의 지속 여부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S&P500 지수에서 10% 이상 상승한 종목은 총 82개로 집계됐다. 이들 대부분은 AI 관련 기업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118개 종목은 10% 이상 하락했으며, 에너지·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 살펴봐도 상승 흐름은 제한적이다. S&P500 구성 업종 가운데 약 절반이 하락했으며, 상승한 소비재 및 통신서비스 업종 역시 소수의 대형 AI 기업이 주도했다. 업종 내 다수 종목은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투자자들은 AI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기대에 엔비디아 등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AI 기업들이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2020년대 후반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과열 신호도 감지된다. 앤트로픽과 오픈AI의 기업공개(IPO)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일부 투자자들은 높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비상장 지분 투자에 나서고 있다. 또한 한때 경영 위기에 놓였던 운동화 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AI 기업 전환을 선언하자 하루 만에 주가가 500% 이상 급등하는 등 ‘AI 테마’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과거 닷컴 버블 시기 핵심 기업이었던 시스코 역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약 26년 만에 주가가 2000년 고점을 돌파했다. WSJ은 이러한 흐름에 대해 “희망이 모든 불확실성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막대한 투자 규모와 기술적 불확실성, 정치적 리스크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AI 열풍을 단순한 거품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AI 기술은 과거 운하, 철도, 인터넷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경제 전반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창출할 수익 규모 역시 매우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한 현재 AI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과거 닷컴 버블 당시 수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과도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은 “거품 여부는 결국 붕괴 이후에야 명확해진다”고 지적하면서도, “닷컴 버블 당시 최대 수혜 기업이었던 구글이 당시에는 상장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이 미래의 최종 승자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AI 투자 열풍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만, 단기적으로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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