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중요성이 커진 자원 안보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논의지만, 안 그래도 부실한 각 기관이 통합하며 재무 상태만 악화하고 제 기능마저 제대로 수행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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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상태 석탄공사 추가하며 합병 지도 바뀌어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공기관 통폐합을 논의하는 민·관 합동 작업반에서 최근 석유·가스공사를 통합하고 광해광업공단과 석탄공사를 묶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금까지 석유공사와 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3개사 통합 시나리오가 거론됐으나 여기에 사실상 폐업 상태인 석탄공사가 추가되며 큰 틀의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안이 검토되는 배경으론 기관 간 기능과 입지의 유사성이 손꼽힌다. 광해광업공단과 석탄공사는 둘 다 강원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해 있고 광물 자원을 개발, 관리하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은 전신 격인 광물자원공사의 이름처럼 철, 구리, 아연, 니켈 주요 전략 광종을 국가 차원에서 개발·비축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석탄공사와 결합도 자연스럽다. 실제 지난해 석탄공사의 석탄 비축관리 업무는 광해광업공단으로 이관됐다.
석유·가스공사의 통합도 대부분 메이저 오일사가 유전·가스전 시추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자연스러운 통합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일례로 앞서 석유공사가 개발해 20년 남짓 운영한 ‘동해-1·동해-2’ 가스전에서 나온 대부분의 가스는 가스공사가 받아 국내에 공급했다. 두 회사의 본사가 각각 울산, 대구 등 영남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합병에 따른 정무적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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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관 부실 키우고 제 기능도 못해 ‘우려’
문제는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한 이들 자원 공기업을 무조건 합병부터 할 경우 시너지 대신 각 기관의 부실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 4사의 합산 부채는 71조원에 이른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의 부채가 각각 40조원, 20조원 규모다. 광해광업공단과 석탄공사는 각각 8조 5000억원과 2조 5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다.
특히 우려가 큰 지점은 광해광업공단과 석탄공사 간 합병 시나리오다. 석유·가스공사는 절대적인 부채 규모가 크지만 양사 모두 수익을 낼 수 있는 해외 사업을 운영 중이며 가스요금 조정 등을 통해 부채 부담을 덜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광해광업공단의 경우 추가 자원개발 사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석탄공사는 사실상 폐업한 상태로 부채만 안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더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 내부에선 석탄공사 청산도 추진했으나 공기업 재무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천구 인하대 제조혁신전문대학원 교수는 “석탄공사는 통합 대상이 아니라 청산 대상”이라며 “어느 정도의 석탄 비축 기능이 필요하다면 그 기능만 광해공단이 가져오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쟁점인 석탄공사를 중심으로 자원 공기업들의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가져갈지 검토하는 중”이라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합병 구도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에너지 공급망 안정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조그멕)처럼 거대 국영 자원기관 모델을 벤치마킹하는 게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언했다. 조그멕은 일본 정부가 자원·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일본석유공사와 금속광산청을 통합해 2004년 설립한 독립행정법인으로, 석유·가스·광물 자원개발을 한 기관이 수행하고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광해광업공단은 희토류 등 전략 자산 비축 역할을 하는데 ‘배드뱅크(부실 채권을 넘겨 받아 정리하는 기관)’화하는 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일본 조그멕 모델처럼 3개 기관을 하나로 모으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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