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고 냉장고 설정부터 만지작거리는 사람이 있다. 온도를 한 단계 올려보고, 절전 모드를 켜보고, 문을 덜 열어보려 애쓴다. 그런데 설정을 바꿔도, 사용 습관을 고쳐도 다음 달 고지서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는 설정이 아니라 냉장고 문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고무 패킹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냉장고 문을 닫을 때 묵직하게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닫힌다 싶다면, 냉장고 문 가장자리에 붙어 있는 고무 패킹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틈 하나로 시작되는 전기세 증가 이유
냉장고 패킹은 PVC나 합성고무로 만들어진다. 이 소재가 오래 버티지 못하는 이유는 냉장고가 놓인 환경 자체에 있다. 냉장고 내부는 항상 차갑고 외부는 상온이다. 패킹은 이 두 온도 사이에서 매일 수십 번씩 여닫히는 문에 끼어 압력을 받으며 버티다가 서서히 탄성을 잃는다. 거기다 음식물을 꺼내다 흘린 기름기나 액체가 패킹 주름 안쪽에 쌓이면 소재가 더 빨리 경화되고 형태도 틀어진다.
패킹이 변형되면 문을 아무리 세게 닫아도 본체와 완전히 밀착되지 않는다. 그 미세한 틈으로 바깥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냉장고 안으로 계속 밀려 들어온다.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 냉장고는 설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 컴프레서를 더 자주 더 오래 돌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부 공기가 유입되면 수분도 함께 들어오는데, 이것이 냉장고 내벽에 맺히거나 냉동칸 구석에 얼음으로 굳는다. 평소에 냉장고 안쪽 벽이 유독 자주 젖어 있거나 성에가 빠르게 낀다면 패킹 밀착력 문제를 먼저 의심해볼 만하다.
바세린 도포, 순서와 양이 전부다
바세린이 패킹에 효과가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패킹 표면을 얇게 코팅해 미세한 틈을 물리적으로 막아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고무 소재의 유연성을 유지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순서와 양이 맞아야 한다.
바세린을 바르기 전에 청소부터 해야 한다. 온수를 묻힌 수건으로 패킹 주름 안쪽까지 꼼꼼하게 닦아내야 하는데, 기름때나 음식물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바세린을 바르면 오염물 위에 코팅이 되는 것이라 밀착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닦고 나서는 수분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젖은 상태에서 바세린을 덮으면 표면에 제대로 붙지 않고 겉돈다.
건조가 끝난 패킹에 바세린을 바를 때는 쌀알 한 알 크기면 충분하다. 많이 바를수록 효과가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반대다. 두껍게 바르면 끈적임이 남아 먼지와 이물질이 달라붙고, 그것이 오히려 패킹과 본체 사이의 밀착을 방해한다. 손가락으로 얇게 펴 바르는 정도가 가장 알맞다.
열로 되살리는 패킹 복원 방법
바세린이 틈을 채워준다면, 딱딱해짐으로 인해 형태 자체가 틀어진 패킹을 원래대로 되살리는 데는 열이 필요하다. 고무는 열을 받으면 다시 유연해지는 성질이 있어서 알맞게 가열하면 눌리고 꺾였던 모양이 회복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헤어드라이어를 약풍이나 중풍으로 설정해 패킹에 대는 것이다. 이때 10~15cm 거리를 유지하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으면서 천천히 움직여야 한다. 한 부위에 너무 집중하면 고무가 손상될 수 있다. 드라이어 대신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패킹 위에 올려 찜질하는 방식도 같은 효과를 낸다. 열을 가한 뒤에는 손으로 패킹을 살짝 눌러 원래 형태를 잡아주고, 식을 때까지 그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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