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 탈취를 차단하기 위해 전 세계 외교망을 가동하며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25일(현지 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국무부는 최근 세계 각국의 미국 공관에 외교 전문을 보내,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의 최첨단 모델을 무단 복제해 성능을 높이는 행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국무부는 이번 전문에서 주재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적대 세력이 미국 AI 모델을 추출하고 증류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딥시크를 비롯해 문샷 AI, 미니맥스 등 중국의 간판급 AI 기업들을 직접 명시하며, 향후 미국 정부의 추가 대응을 위한 외교적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미국이 문제 삼은 ‘증류’란 이미 개발된 고성능 AI 모델의 결과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비슷한 성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내는 기법을 말한다. 국무부는 이를 “은밀하고 승인되지 않은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 과정에서 AI 모델의 안전 장치나 윤리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메커니즘이 의도적으로 제거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위협으로 꼽힌다.
미국 내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제재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미국의 AI 기술을 훔치기 위해 대규모 증류 캠페인을 벌인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며 혁신 보호를 위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도 최근 ‘미국 AI 모델 절도 방지’ 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하며 입법 지원에 나선 상태다.
미국이 이처럼 예민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중국의 무서운 추격 속도가 있다.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간 최상위 AI 모델 격차는 불과 2~3% 수준으로 좁혀졌다. 중국 딥시크가 공개한 최신 모델은 미국산 모델의 7분의 1 가격으로 비슷한 성능을 내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기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추격 속도를 늦추기 위해 모든 AI 기반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다음 달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첨단 기술 갈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언급은 근거 없는 모략”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양국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