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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기술주 강세에 美증시 신고가 행진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전날 1.6%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새 매출 전망이 시장 추정치를 웃돈 인텔이 닷컴버블 고점(2000년 8월·종가 74.88달러)을 26년 만에 돌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인텔은 4월 한 달간 85% 급등했다. 나스닥은 이달 들어 15% 올랐고, S&P500지수는 10% 상승해 역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같은 기간 유럽 벤치마크인 스톡스600지수는 5% 상승에 그쳤다.
이달 초 미국과 이란의 휴전 합의 이후 미 증시는 신고가를 잇따라 갈아치웠지만, 유럽 증시와 국채·금 등 다른 자산은 전쟁 발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AI 투자 붐과 함께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국제유가에도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란 인식이 미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시장이 지난 며칠간 모든 기록을 깼다. 그것도 군사작전 중, 전쟁이라 부르든 뭐라 부르든 그 와중에 말이다”라며 “솔직히 분쟁 중에도 계속 신기록이 나오는 것에 좀 놀랐다”고 말했다.
실적도 미 증시를 떠받쳤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이미 발표한 약 150개 기업의 실적과 미발표 기업 추정치를 합산한 S&P500의 1분기 ‘블렌디드’ 순이익률은 13.4%로, 팩트셋이 해당 지표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가장 높았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한 기업들 가운데 JP모건체이스·씨티 등 대형 은행들이 깜짝 호실적을 발표했다.
미 증시를 견인한 건 이번에도 기술주였다. 아마존 주가는 이달 25% 넘게 올랐고, 메타·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인텔은 같은 기간 85% 폭등했다. 미국 30대 반도체 기업을 추종하는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지난달 30일 저점 대비 약 40% 폭등했다. 메모리·스토리지업체 샌디스크와 웨스턴디지털은 공급이 폭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올해 들어 각각 약 320%, 140% 올라 미 증시 최고 상승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스위스 시즈은행의 샤를앙리 몽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어닝시즌의) 실적이 ‘주식 강세장이 여전히 잘 떠받쳐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자들이 미국 소비자와 기업의 회복력을 강조하면서 어닝시즌이 강하게 출발했다”고 평가했다.
◇충격에 취약한 유럽, 2~3주내 전쟁 끝나야
헤지펀드 마셜웨이스의 셉 바커 수석시장전략가는 FT에 “미 주식시장은 전쟁에 실질적으로 훨씬 덜 민감하다”며 “미국 경제의 견조함을 감안하면 충격이 몇 달 이상 이어져야 미 주식의 의미 있는 하락 위험이 발생한다. 유럽은 2~3주 안에 전쟁이 끝나야 하지만, 미국은 3~4개월 안에만 끝나면 된다”고 평가했다.
마셜웨이스는 분쟁 기간 내내 ‘미 증시의 유럽 대비 우위’에 베팅해왔는데, 4월 들어 그 베팅이 적중했다고 FT는 전했다. 실제로 23일 발표된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경기 지표에서 유럽 경제활동은 위축된 반면 미국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블랙록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도 “유럽이 전쟁의 경제적 충격에 훨씬 취약하다”며 유럽 증시 비중을 낮췄다.
다만 경계 신호도 적지 않다. 1년 기대인플레이션은 급등했고, 가파른 금리 인하 기대는 후퇴했으며,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약 4달러까지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4월 미 증시의 가파른 반등을 “버블 같은 가격 움직임(bubble-like price action)”이라고 지적했다. 사라 브리든 영국중앙은행(BOE) 부총재도 BBC 인터뷰에서 에너지 쇼크와 사모대출(프라이빗크레딧) 시장 둔화 등 위험을 거론하며 자산가격의 “조정”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AI 투자 확대가 올해 S&P500 주당순이익(EPS)을 12%, 내년에는 10%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연말 S&P500 목표치를 7600으로 제시했다. 현재 지수는 7100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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