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나 마트 냉장 코너에서 흔히 집어 드는 딸기맛, 초코맛, 바나나맛 가공유 제품들은 포장 앞면에 '신선한 우유'나 '전용목장 1급A 원유'처럼 품질을 내세우는 문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 그 안에 원유가 얼마나 들어있는지는 포장 앞면만 봐선 알 길이 없다. 가공유 50종을 대상으로 원유 함량을 조사한 결과, 제품에 따라 원유가 아예 들어가지 않은 것부터 90%를 넘는 것까지 편차가 컸다.
조사 대상 42개 제품 가운데 원유가 단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은 5개였고, 원유 함량이 50% 이하인 제품은 24개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원유 함량이 70% 이상인 제품은 14개에 그쳐 전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8개 제품은 원유 함량 공개 자체를 거부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면 문구와 실제 성분이 따로 노는 이유
가공유는 원유를 주원료로 쓰는 흰 우유와 달리, 원유 외에 탈지분유나 혼합분유, 당류, 향료 등을 섞어서 만든다. 탈지분유는 원유에서 지방을 걷어낸 뒤 고온으로 말려 가루 형태로 만든 것인데, 단백질과 칼슘 양은 원유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지방과 열량이 낮다. 고온 건조 과정에서 비타민A·D 같은 지용성 비타민이 일부 빠질 수 있다는 점은 서로 다른 부분이다.
제조사가 탈지분유를 원유 대신 쓰는 이유는 원가와 공정 두 가지 면에서 설명된다. 원유는 냉장 보관이 필수고 유통기한도 짧으며, 계절마다 수급 상황이나 맛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탈지분유는 상온에서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해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쉽다. 가격 면에서도 수입산 탈지분유나 혼합분유는 국산 원유보다 3~4배 저렴한 수준이어서 제조원가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제품 종류에 따라 원유 함량이 달라지기도 한다. 바나나맛우유 오리지널 제품의 원유 함량은 85.7%인 반면, 같은 브랜드의 미니 제품은 92%로 더 높고, 무가당 제품은 80% 수준으로 내려간다.
원유가 없어도 '우유'라고 쓸 수 있는 법적 근거
원유가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제품에 버젓이 '우유'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는 건 농림축산식품부의 2012년 유권해석 때문이다. 이 해석에 따르면 식품 종류가 '가공유'로 분류된 제품은 원유 함량과 관계없이 제품명에 '우유'를 쓸 수 있다. 제품 포장에 적힌 '우유'라는 단어가 원유를 쓴 제품임을 보증하는 게 아니라, 오로지 식품 분류에 따른 표기라는 뜻이다.
알레르기 표시 부분도 혼동을 줄 수 있다. 탈지분유로만 만든 제품도 알레르기 유발 성분 표시란에는 '우유 함유'라고 적힌다. 탈지분유가 원유에서 나온 재료이기 때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유 함량이 0%인 제품이라도 반응이 나타날 수 있으니, '우유 함유' 표기가 있는 제품은 모두 피해야 한다.
성분표에서 어떤 숫자를 봐야 하는지
결국 제품을 고를 때 포장 앞면의 마케팅 문구는 판단 기준이 되기 어렵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분표에서 원유 함량 수치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원유 함량이 몇 퍼센트인지 숫자로 명시된 제품과, 아예 공개하지 않은 제품 사이에서 선택할 때 이 수치가 판단 근거가 된다.
원유 함량이 높을수록 당류나 향료 같은 첨가물 비중이 낮을 확률이 높지만, 탈지분유를 쓴 제품이라도 단백질이나 칼슘 수치 자체가 크게 떨어지는 건 아니다. 다만 가공유에는 당류가 많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원유 함량과 함께 당류 수치도 확인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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