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한국백신 공장에서 완성된 주사기 포장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공동취재)
이재명 대통령이 주사기 매점매석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공동체의 위기를 이용해 돈벌이 하는 반사회적 행태는 엄중하게 단죄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25일 X에서 "공동체의 위기를 이용해 돈벌이 하는 반사회적 행태는 엄중하게 단죄하겠다"며 "지속적 단속은 물론, 발각된 위반행위에 대해 신속한 수사와 엄벌, 최대치의 행정제재 등 가능한 모든 사후조치를 내각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혼자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같이 삽시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김민석 총리에게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중동 전쟁 여파로 주사기 원료인 나프타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의료 현장에서 주사기 품귀 현상이 현실로 나타났고, 이를 틈탄 매점매석 행위까지 확인되면서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32개 업체 적발…보름치 쌓아두고 판매 거부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주사기 유통망 안정화를 위해 전국 주사기 판매업체를 특별 단속한 결과 '주사기 매점매석금지 고시'를 위반한 32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전날 밝혔다. 단속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진행됐다. 이번 고시는 지난 14일부터 시행됐으며, 월평균 판매량의 150%를 초과해 주사기를 5일 이상 보관하면서 판매하지 않거나 특정 거래처에 과다 공급하는 행위를 매점매석으로 규정한다.
적발 내용을 보면 한 판매업체는 약 13만 개의 주사기를 창고에 쌓아두고도 시장에 내놓지 않았다. 보름치 판매량에 해당하는 물량을 묶어둔 것이다. 또 다른 업체는 33개 특정 거래처에 월평균 판매량의 59배에 달하는 62만 개를 집중 납품한 사실이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평소 구매 규모가 작은 동네 의원들은 주사기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실제로 의료소모품 쇼핑몰에서 하루 1박스(1주일 치)로 구매 수량이 제한되면서 최소 한 달분을 비축하려면 매주 접속해 구매해야 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식약처는 적발된 업체에 대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발 및 시정명령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매점매석 행위가 확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자료 제출 명령을 거부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할 경우에는 최대 1000만 원의 과태료가 추가로 부과된다. 식약처는 이와 함께 매점매석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지속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생산량은 충분한데 왜…가격 폭등·가수요로 대란
정부는 주사기 생산량 자체는 충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5시 기준 하루 생산량은 460만 개로 지난해 하루 평균 생산량 367만 개 대비 약 25% 많고, 재고량도 4680만 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한 제조업체와 협약을 맺고 7주간 매주 50만 개씩 총 350만 개를 추가 생산하도록 하는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의료 현장에서 품귀 현상이 이어지는 배경으로는 가격 인상에 따른 가수요와 유통 단계의 사재기가 꼽힌다. 통상 100개에 1만 원대인 주사기가 온라인에서 17만 원에 올라오는 사례까지 확인됐다. 이처럼 가격이 폭등하면서 의료기관들이 앞다퉈 물량을 선점하려는 가수요가 발생했고, 이것이 공급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분석이다.
의료 현장의 대응도 궁여지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주사기를 아끼기 위해 주사제 처방을 줄이고 경구약으로 대체하는 의원이 늘었고, 심지어 20여 년 전 사용하다 창고에 넣어둔 유리주사기를 꺼낼 준비를 하는 개원의까지 나타났다. 유리주사기는 나프타 원료와 무관하게 소독 후 재사용이 가능하지만, 소독 불충분이나 유리파편으로 인한 인체 위해 가능성 등 안전 문제가 있어 대안으로 보급하기엔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주사기 등 의료소모품을 치장물자로 지정해 최소 1년 치 이상 비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주사기의 유통기한은 4, 5년으로 비축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만큼, 전시 대비 차원에서 정부 차원의 비축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나프타 원료를 정부가 직접 수입해 제조사에 저가로 공급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악용 방지를 위한 행정력 소요 등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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