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느낌 물씬 풍기는 국내 여행지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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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 느낌 물씬 풍기는 국내 여행지들 [2]

에스콰이어 2026-04-25 06:58:01 신고

간월재

박지영(풍경 사진사)

‘영남 알프스’라는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첩첩산중으로 이어지는 한국의 여느 산과는 다르게 해발 900m 언저리에 펼쳐진 넓은 억새 군락과 초지가 마치 알프스의 그것과 닮았다. 엄밀히 말하면 간월재는 간월산과 신불산이라는 높은 두 봉우리를 잇는 능선이다. 등산하는 입장에선 좁은 산길을 한참 오르다가 능선에 오르는 순간 ‘짠’하고 간월재가 등장하는 식이라 압도적인 개방감이 일품이다. 사진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무렵 촬영한 것이지만, 어느 계절에 가더라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가을엔 억새가 선보이는 은빛 물결이 일렁이고 겨울엔 눈 덮인 모습이 진짜 알프스 같아 보이니 말이다. 추천하는 코스는 ‘사슴농장 코스’다. 배내고개 코스라고도 하는데, 약 6km의 완만한 길이라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한 가지 팁을 더 공개하자면 간월재에서 맞이하는 일출을 경험해 보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일출 시간에 맞춰 능선에 오르면 붉게 타오르는 해가 간월재를 물들이며 떠오르는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낮 시간대에는 느낄 수 없는 맑은 새벽 공기와 고요한 분위기는 덤이다.




풀등 모래섬

박인웅 (‘찐 캠퍼니’ 여행 크리에이터)

‘인간이 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인간을 허락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옹진군의 대이작도 앞바다의 풀등 모래섬도 마찬가지다. 바다 한가운데에 펼쳐진 사막을 걷는 진귀한 경험은 썰물 때만 잠시 드러난다. 모래사장보단 갯벌이 많은 서해이기에 더욱 희소성이 높다. 사진을 찍는다면 해가 넘어갈 무렵을 추천한다. 낮게 떨어지는 햇빛이 굴곡진 모래섬의 표면에 그림자를 만들며 진짜 사막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앞서 썰물 때라고 뭉뚱그려 말하긴 했지만, 모래섬에 들어갈 정확한 타이밍을 맞추는 건 꽤 까다로운 일이다. 촬영 당일에도 물때 시간을 몇 번이나 확인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예정보다 빠르게 물이 차오르기 시작해 적잖이 당황했다. 방금까지 걷고 있던 길이 사진 몇 장 찍는 사이에 물에 잠기는 걸 보면 겁이 덜컥 들기 마련이다. 가는 길도 쉽지 않다.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또는 대부도 방아머리항에서 약 2시간 배를 타고 대이작도에 들어간 후 현지에서 작은 배를 타고 다시 이동해야 한다. 현지 숙소와 연계되어 있는 배를 타는 게 일반적이다. 섬에 도착해 배에서 내린 간이 계단으로 상륙하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물때에 따라 다르지만 3~4시간 정도는 섬에 머물 수 있다.




울릉도

류진(여행 칼럼니스트)

‘exotic’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좀처럼 보지 못한 것, 내가 보아온 것들과 다른데 매혹적인 것, 좀 더 단순하게는 ‘이국적인’ 것들. 그런 풍경 안에 머물기 위해 10여 년간 아마존 열대우림, 아프리카 초원, 호주 오지 같은 곳을 떠돌았다. 그런데 울릉도를 찾았을 때 지난날 내가 흩뿌린 여행 경비와 탄소 발자국을 되돌리고 싶었다. 한국에서 지구 밖 같은 땅을 볼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강릉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간 반이면 닿는 울릉도와 가장 많이 닮은 건 하와이 제도의 ‘빅아일랜드’다. 지난 3월에도 443m 높이의 용암이 치솟은 빅아일랜드처럼 울릉도의 해안 일주로를 달리다 보면 어디선가 붉은 용암이 흘러내려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이 자주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행남해안산책로’를 권한다. 저동과 도동 해안 사이, 절벽에 길을 내고 막힌 곳엔 다리를 놓아 연결한 2.68km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수만 년 전 지구가 게워낸 물질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목격할 수 있다. 화산에서 튀어나온 돌덩어리들이 뭉쳐 굳은 집괴암을 뚫고 만들어진 해식 동굴, 거대 바위에 난 곰보 같은 구멍 ‘타포니’에 둥지를 튼 괭이갈매기를 지나치다 보면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마저 든다. 또한 심해의 깊고 푸른 물빛을 눈에 담고 싶다면 울릉도 제1경으로 꼽히는 대풍감으로 향할 것. ‘바람을 기다리는 곳’이란 뜻을 가진 이곳은 옛날 울릉도 사람들이 배를 끌어줄 바람을 기다리며 닻줄을 풀어 올리던 지역이다. 전망대에 올라 발아래 현포 해안선에 눈을 던지면 땅끝에 선 해방감이 기분을 압도한다. 남아공 희망봉, 스페인 피니스테레가 부럽지 않은 순간이다.




대관령

김영수(‘4rest_film’ 사진작가)

대관령이라는 걸 밝히지 않았다면 북유럽의 어느 한 장면이라고 해도 믿었을 법한 풍경이다. 하늘을 찌르듯 높게 뻗은 전나무와 가문비나무 위에 눈꽃이 두껍게 내려앉은 모습이 노르웨이 피오르 인근이나 오슬로 외곽의 숲을 똑 닮았다. 특히 태백산맥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산세가 아니라 꽤 험준한 편에 속하는 곳이다. 눈부신 설경과 대조적으로 도로는 말끔하게 제설이 되어 있는데, 해발 800m가 넘는 대관령은 워낙 눈이 자주 내리는 탓에 전국 최고 수준의 제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촬영한 날 역시 해가 뜨기 전 제설 작업이 끝난 상태였다. 도로 바로 옆 주차장에 쌓인 눈이 이를 증명한다. 추천하는 루트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대관령 숲길 안내센터 근처의 길이 약 400m 정도의 숲길이다. 평지에 가까워 산책하듯 가볍게 걷기 좋다. 두 번째는 선자령이다. 대관령마을 휴게소에 주차한 후 30분만 걸어 올라가도 설산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다만 제설 작업이 철저한 도로와 달리 산길은 매우 미끄럽기 때문에 아이젠이 꼭 필요하다. 온통 눈으로 뒤덮인 대관령에서 숨을 크게 들이쉬면 차가운 공기가 폐 깊숙이 훅 들어온다. 이때 ‘살아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대관령은 수도권에서 고작 2시간 남짓 달려서 도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겨울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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