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중동 정세 안정화 전망과 반도체 업종 호실적에 힘입어 기록적인 상승세를 연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S&P 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80%(56.68포인트) 상승한 7,165.08로 장을 마감했고,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1.63%(398.09포인트) 뛰어오른 24,836.59를 기록하며 나란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반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일부 대형주 약세 영향으로 0.16%(79.61포인트) 밀린 49,230.71에 마쳤다.
이번 상승장의 촉매제는 미국-이란 간 협상 재개 가능성이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방문 일정이 알려진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도 오는 25일 같은 도시를 찾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양국 재협상 기대가 급물살을 탔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연장 결정까지 하루 전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났다.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조짐에 국제 원유 시장은 5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물 브렌트유 선물은 0.25% 내린 105.33달러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월물은 1.51% 떨어진 94.40달러에 각각 거래를 종료했다.
이날 증시 랠리의 핵심 주역은 단연 반도체 섹터였다. 인텔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1분기 성적표와 함께 긍정적 실적 가이던스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24% 가까이 치솟았다. 이는 2000년 이래 하루 기준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인텔發 낙관론은 반도체 업계 전체로 확산됐다. 엔비디아 주가는 4.3% 올라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가를 새로 쓰며 시가총액 5조달러 고지를 재탈환했다. AMD와 퀄컴도 각각 13%, 10%씩 급등하며 동반 상승 행진에 합류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18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역대 최장 랠리 기록을 경신 중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둘러싼 수사 종결 소식도 시장 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연준 청사 리모델링 과정의 과다 지출 의혹으로 법무부가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케빈 워시 차기 의장 후보자 인준을 가로막던 불확실성이 걷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화와 미 국채 금리는 동반 약세를 나타냈다. 주요 6개국 통화 바스켓 대비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DXY)는 0.17% 하락한 98.60을 기록했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1.5bp(1bp=0.01%포인트) 내린 4.31%,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는 5.7bp 빠진 3.78%를 나타냈다.
아전트 캐피털의 제드 엘러브룩 애널리스트는 이란을 둘러싼 정세가 최근 다소 요동쳤지만 현 시점에서는 희망적 신호가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그는 대형 기술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을 둘러싼 불안감이 빠르게 누그러지면서 반도체주를 필두로 기술 섹터 전반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웰스 얼라이언스의 로버트 콘조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관련 뉴스가 여전히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주고 있으나,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신뢰하고 있으며 이것이 주식시장 강세의 근본 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이제 다음 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로 향하고 있다. 오는 28∼29일 양일간 진행되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힌트와 파월 의장 퇴임 이후 연준 지도부 변화 방향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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