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의 4월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번지는 연둣빛 잎새와 싱그러운 풀 내음으로 가득하다. 봄의 생기가 온 땅을 덮고 있는 지금, 여행자들의 시선은 벌써 5월의 분홍빛 절경을 향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전남 곡성의 기차마을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1004종의 장미가 7만 5,000㎡의 정원을 가득 메우며 환상적인 색채를 뽐낸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곡성 세계장미축제가 오는 5월 22일부터 10일간의 짧고 강렬한 막을 올린다. 한 달 뒤 펼쳐질 꽃들의 잔치를 미리 살펴봤다.
폐선로 위에 피어난 1004종 장미의 향연
축제가 열리는 섬진강 기차마을은 옛 전라선 곡성역 일대의 폐선 부지를 새롭게 가꾼 공간이다. 예전에 증기기관차가 힘차게 달리던 철길과 옛 역사의 정취를 그대로 살려둔 이곳은 5월이 되면 장미가 주인공으로 올라선다. 축구장 수십 개를 합친 것보다 넓은 부지에는 평소 보기 힘든 전 세계의 귀한 장미들이 심겨 있어,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마주하기 힘든 장면을 만들어낸다.
장미정원의 백미는 사람 키보다 높게 솟은 장미 터널과 미로다. 아치형 구조물을 따라 빽빽하게 피어난 꽃잎이 하늘을 가리고, 사방에서 풍겨오는 진한 꽃향기가 산책로를 감싼다. 특히 붉은색부터 노란색, 보라색까지 입혀진 꽃들의 물결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소망정 연못가와 분수대 주변은 축제 기간 내내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장소로 꼽힌다. 맑은 연못에 비친 장미의 모습은 찍는 곳마다 작품이 된다. 해가 지고 나면 야간 조명이 꽃잎을 은은하게 비추는데, 이때는 낮과는 또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가 정원 가득 번진다. 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꽃길을 걷는 것은 오직 이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호사다.
눈과 귀가 즐거운 ‘로즈홀릭 콘서트’와 행사들
올해 축제는 '로즈홀릭 콘서트'라는 이름 아래 무대 공연을 한층 더 보강했다. 꽃구경에 흥을 더해줄 이름난 가수들의 중앙무대 공연이 10일 내내 이어지며, 정원 곳곳에서는 거리 공연과 화려한 행진이 펼쳐진다. 영화를 감상하는 야외 극장과 패션쇼 등 방문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거리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공연 일정은 날짜마다 다르게 짜여 있으므로,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날을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축제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로 넉넉하게 열려 있어,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이들도 퇴근 후 저녁 나들이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아 빛나는 장미는 낮보다 훨씬 깊고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증기기관차 타고 즐기는 섬진강의 봄 정취
장미 감상만으로 아쉽다면 기차마을이 가진 고유한 체험 시설을 즐겨보길 권한다. 옛 증기기관차를 타고 가정역까지 왕복 10km 구간을 달리는 기차 여행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섬진강의 굽이치는 물결과 푸른 산세를 감상하다 보면 90분의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먹는 간식은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다.
마을 안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순환형 레일바이크와 작은 동물농장도 있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5000원이라는 입장료로 이 모든 공간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은 여행자들에게 큰 장점이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꽃밭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자연스럽게 씻겨 나간다.
섬진강의 시원한 물소리와 장미 향기가 어우러지는 이번 축제는 5월 말 딱 열흘 동안만 허락되는 절정의 시간이다. 이 시기를 놓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기에 그 가치가 더 크게 다가온다. 달력에 미리 일정을 표시해두고 올봄의 마지막 선물을 챙겨보길 바란다. 장미가 지기 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곡성의 분홍빛 바다에 빠져보는 것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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