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중국 내 판매량 급감…중국 완성차업체는 약진
중국, 자체 자율주행칩 탑재 전기차·'완충까지 단 6분' 배터리 공개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중국이 24일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를 '자동차 굴기'를 만방에 과시하는 무대로 만들려는 심산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2026 베이징 모터쇼'가 이날 중국 베이징에서 막을 올렸다.
열흘간 열리는 모터쇼에서는 현대차,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해외와 비야디(BYD), 둥펑, 지리 등 현지 완성차업체들이 참가한 가운데 총 1천451개 모델이 전시된다. 이 중 181개 모델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전시장 면적을 2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려 축구장 50개 이상 면적인 38만㎡에서 자국 자동차 기술을 과시할 요량이다. 중국 모터쇼는 해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번갈아 열린다.
실제로 독일 BMW와 벤츠는 과거 20년간 중국 고급차 시장을 주름잡았으나 최근 들어 중국 업체들에 밀려 맥을 못 추고 있다.
BMW와 벤츠의 지난해 중국 본토 내 판매량은 각각 전년 대비 12.5%, 19.5% 떨어졌다.
중국 전기차업체 니오의 리빈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분기 상하이와 다른 주요 도시에서 BMW 판매량을 앞질렀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날 수천 명이 행사장에 몰려들어 세련된 모습의 중국 전기차 옆에서 '셀카'를 찍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노후차를 신에너지차(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 또는 저배기량 자동차로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이 올해 들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되면서 중국에서는 고급차 구매가 대세가 됐다.
과거 40%를 밑돌던 중국 현지 업체들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이제 70%에 육박한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되는 기회를 틈타 중국 업체들은 압도적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배터리 성능, 높은 인공지능(AI) 활용도 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모터쇼에서 니오는 자체 개발한 5나노 기반 자율주행 칩 '선지'를 탑재한 신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S9을 선보인다. 한 번 충전 시 주행거리가 620㎞에 달한다.
화웨이의 지원을 받는 아이토는 6개 라이다(LiDAR) 센서와 디지털 운전석을 갖춘 고급 SUV M9을 공개한다.
BYD는 9분간 전기 공급 만으로 830㎞를 달리는 초고속 충전기술을 갖춘 2세대 고급 SUV 다탕을 전시한다.
BYD가 자체 개발한 이 배터리는 지난달 처음 공개됐는데, 세계 1위 배터리업체 중국 CATL(닝더스다이)은 이로부터 한 달 만인 최근 완전 충전 시간을 약 6분으로 단축한 배터리를 선보여 세계 자동차업계를 다시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CATL의 3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선싱'(神行)은 충전량을 10%에서 98%로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6분 27초에 불과하다.
10%에서 35%까지는 1분, 10%에서 80%까지는 3분 44초면 충분해 전기차 충전 속도가 내연기관차의 주유 속도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ATL은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하고 화재 위험성도 낮은 나트륨이온배터리도 올해 생산 예정이라고 밝혀 아직 생산 시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경쟁 배터리 업체들을 긴장하게 했다.
허사이는 색상을 구별해 물체 식별성을 높인 라이다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라이다는 자율주행차의 눈 역할을 하는 기술로, 새 플랫폼은 자율주행 기능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완성차업체와 부품 공급업체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소비자들의 구매 열기에 힘입어 전기차 기술과 생산의 정상에 우뚝 섰다고 평가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과거 중국 업체들에 기술을 전수했던 글로벌 업체들이 반대로 중국의 기술을 찾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독일 국민차 브랜드인 폭스바겐은 자사의 취약점인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보완하기 위해 샤오펑과 손잡고 지난달 첫 합작 전기차를 출시했다.
BMW는 세계 1위 배터리업체 중국 닝더스다이(CATL)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아우디는 화웨이의 주행 보조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익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질 정도로 '제 살 깎기'식 출혈 경쟁을 벌이는 점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 책사'로도 불렸던 홍콩중문대학 선전캠퍼스 공공정책학원 정융녠 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신에너지차 산업에서 제 살 깎기식 경쟁이 계속되면 최후의 승자는 바로 테슬라"라며 "이러한 경쟁은 집단 자살"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중신증권은 전장 5.2m 이상의 대형 SUV 증가, 30만 위안(약 6천500만원) 안팎 모델에서 800볼트 대용량 배터리 기본 탑재, 마케팅 전략에서 AI의 판매 포인트 부상 등 3가지를 올해 행사의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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