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국내 수입차 브랜드 중 ‘연간 1만대 클럽’ 1호 주인공이란 타이틀을 거머줬던 혼다가 올해 말 자동차 판매 사업에서 철수한다. 한국 진출 23년 만이다.
혼다가 국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접기로 결정한 데에는 경쟁사들이 전동화 전환에 전력투구할 때 내연기관 자동차에 주력한 회사의 패착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잔고장이 없다는 입소문을 타고 한 때 수입차 1위에 오르기도 했던 혼다는 친환경차 전략에서 실패함으로써 국내 판매 부진과 적자 누적을 경험하며 한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다.
혼다코리아는 23일 올해 말 한국 내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대내외 환경 변화와 환율 변동 사정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향후 이륜차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사업 종료 이후에도 차량 유지·관리와 부품 공급, 보증 등 애프터서비스는 최소 2034년까지 유지할 계획이다. 전국 18개 서비스 센터도 그대로 운영되며 자동차 부문 직원 30여명은 모터사이클 등 다른 사업부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지난 2001년 모터사이클 판매로 국내 시장에 첫 진출한 혼다코리아는 2003년부터 자동차 판매를 시작했다. 어코드와 CR-V를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공략했고 2008년에는 연간 판매 1만2356대로 수입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잔고장이 없다는 평판과 독일 프리미엄 3사 대비 합리적인 가격은 중산층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2015년을 전후로 혼다의 국내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벤츠와 BMW가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가는 가운데 혼다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지 못한 채 내연기관 라인업에만 안주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신규 등록 차량 중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를 합친 친환경차 비율이 58.9%에 달하는 상황에서 혼다는 순수 전기차를 아직 한국 시장에 선보이지 못했다. 하이브리드차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같은 일본 브랜드인 토요타에 밀리며 결국 작년 판매량은 1951대에 그쳤다.
전동화 전환에 실패한 혼다의 패착은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의 매출은 2021년 3887억원에서 2023년 2710억원으로 감소했다. 2024년 3344억원으로 소폭 반등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39억원(2021년)에서 87억원(2022년)으로 급감했다. 이듬해 101억원으로 반등한 영업이익은 2024년 116억원으로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본사 상황도 철수 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혼다 본사는 2025회계연도에 최대 6900억엔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69년 만의 연간 적자다. 전기차 전환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수요 정체 국면에서 다시 내연기관으로 방향을 돌리면서 손실이 불어났다.
소니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전기차 ‘아필라’ 프로젝트가 중단된 것을 비롯해 북미 전기차 3종 개발도 멈춰섰다. 혼다의 이번 철수는 단순한 한국 시장 이탈이 아니라 글로벌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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